국내 증시가 다시 강한 상승 흐름을 타면서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거나 대기 중인 자금이 빠르게 불어나 600조원을 넘어섰다. 지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회복하자 직접 주식 매수를 위한 현금뿐 아니라 단기 금융상품과 파생상품 관련 자금까지 함께 늘어난 결과다.
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투자자예탁금과 머니마켓펀드 설정액, 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대고객 환매 조건부 채권 매도 잔고를 합한 증시 주변 자금은 4월 16일 기준 635조6천2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99조1천301억원과 비교하면 136조4천948억원, 비율로는 27.3%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계좌에 넣어둔 돈이고, 머니마켓펀드는 국채나 기업어음 같은 만기가 짧은 자산에 굴리는 초단기 자금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 역시 증권사가 고객 돈을 단기 금융상품에 운용하는 계좌여서, 이들 수치는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규모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통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투자자예탁금은 119조742억원으로 다시 120조원에 가까워졌고, 올해 들어서만 31조2천452억원 늘어 35.5%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 설정액은 258조8천689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는 113조265억원으로 각각 27.3%, 12.6% 늘었다.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은 30조17억원으로 73.9% 급증했고, 대고객 환매 조건부 채권 매도 잔고도 114조6천536억원으로 14.3% 증가했다. 시장이 활기를 띨수록 투자 대기 자금과 단기 운용 자금이 함께 불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이런 자금 증가세가 특히 가팔랐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3조8천726억원으로 다시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개인 투자자의 위험 선호가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상장지수펀드 시장도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 상장 ETF 1천93개의 총 시가총액은 4월 17일 기준 408조3천595억원으로, 순자산 역시 410조원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추정된다. ETF 순자산과 시가총액이 4월 15일 처음 400조원을 넘은 뒤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몸집을 키운 것이다. 다만 시장이 너무 빠르게 오르자 일부 개인 자금은 하락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4월 13일부터 16일까지 개인 순매수 1위 ETF는 주가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1천799억원이 몰렸고, KODEX인버스도 665억원 순매수로 상위권에 들었다. 상승장 속에서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자금 팽창의 배경에는 코스피의 급반등이 있다. 코스피는 이란 전쟁 여파로 지난달 한때 5,00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았지만, 이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4월 14일 6,000선을 다시 넘어섰고 16일에는 6,200선도 돌파했다. 국내 시장이 빠르게 살아나자 미국 증시에 투자하던 이른바 서학 개미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이들이 미국 증시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14억7천12만달러로, 원화로는 2조1천728억원을 넘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국내 증시 선호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신용거래와 인버스 ETF 자금까지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