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내 증시에서는 장 초반 최고가를 새로 썼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나란히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기대가 이어지며 초반에는 매수세가 몰렸지만, 최근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과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심이 겹치면서 장중 흐름이 급격히 꺾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2.39% 내린 183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시작 직후에는 3.40% 오른 194만4천원으로 출발한 뒤 한때 196만7천원까지 올라 하루 전 세운 사상 최고가 194만9천원을 다시 넘어섰다. 하지만 오전 10시를 전후해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한때 180만4천원까지 밀렸고, 이후에도 오르내림을 반복한 끝에 7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도 전 거래일보다 2.28% 내린 27만9천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29만1천500원까지 오르며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이후 하락 전환해 한때 26만6천원까지 떨어지는 등 하루 종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내린 것도 6거래일 만이다.
시장 초반 분위기만 보면 반도체 강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였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3대 주가지수가 강보합으로 마감했고, 인공지능 산업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반도체주가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59% 올랐다. 다만 국내 증시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였다. 이런 구간에서는 추가 상승 기대와 함께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도 커지기 쉽다. 실제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가 전날 코스피 4.32% 급등에도 1.39% 오르는 데 그친 점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급등을 다소 신중하게 보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국제 정세 변수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이는 다시 물가와 금리 부담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가 함께 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 성장주 성격이 강한 반도체주는 이런 금리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간외 선물시장에서 그동안 급등했던 마이크론 등 인공지능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도 빠르게 식었다고 설명했다.
수급 흐름도 급락 배경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6천244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2천10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6조6천771억원을 순매수하며 하락 구간에서 물량을 받아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조1천535억원, 1조103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7조1천664억원을 순매수했다. 결국 이날 하락은 반도체 업황 기대가 꺾였다기보다, 급등 이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내놓자 주가가 크게 흔들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인공지능 관련 기대와 금리·국제유가 변수, 그리고 외국인 수급이 서로 맞물리며 반도체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