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찍은 직후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5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1.14% 내린 7,407.78을 나타냈다. 지수는 49.89포인트(0.67%) 내린 7,443.29로 출발한 뒤 장 초반 한때 7,142.71까지 밀렸는데, 이는 전 거래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8,046.78보다 904.0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이며 등락을 거듭했지만, 시장 전반에는 급등 뒤 급락이 이어지는 불안한 흐름이 짙게 깔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5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을 지나치게 흔들 때 일시적으로 매도 호가 효력을 멈추는 장치다.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은 점도 확인된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주가 변동 기대치)는 한때 82.23까지 올라 전장보다 10.07% 급등했다. 이 지수는 흔히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앞으로 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번 수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던 3월 초 수준에 가까웠다. 중동 불안이 다소 진정됐던 4월 17일 48.51까지 내려갔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불안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커졌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차익 실현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다. 그동안 코스피는 글로벌 반도체 강세를 발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월 초부터 5월 15일까지 52.72% 오른 동안 코스피도 같은 기간 48.31% 상승했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 기대와 국내 기업 실적 개선 전망이 상승 동력이 됐지만, 단기간 과열 부담도 함께 쌓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고,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은 한꺼번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직접적인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15일 종가 기준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4.08%, 10년물이 4.60%, 30년물이 5.13%로 각각 시장이 민감하게 보는 저항선을 넘어섰다며, 금리 안정 없이는 국내외 증시가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시장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천7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7천선을 돌파한 다음 날인 지난 7일 이후로 보면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7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 순매도 규모는 31조8천907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개인은 이날 1조9천524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누적액도 30조4천794억원으로 외국인 순매도 규모와 거의 맞먹었다. 최근 개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다시 유입된 것은 코스피가 15일 처음으로 8,000선을 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지만, 반대로 하락세가 길어질 경우 손실 위험도 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일부 자금이 안전자산이나 미국 증시로 옮겨가는 움직임도 감지되지만, 아직 다수 투자자는 이번 급락을 추세 붕괴보다는 단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도 국내 기업의 이익 모멘텀과 인공지능 관련 투자 기대 같은 기존 상승 재료가 완전히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른 상황에서 미국 채권금리 급등이 겹치며 단기 포지션 정리, 즉 차익 실현과 위험 축소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결국 앞으로 시장의 방향은 미국 금리 움직임,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 외국인 자금의 복귀 여부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 장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개인투자자에게는 상승 기대 못지않게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