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의 급락 여파로 전날 7% 넘게 밀린 코스피가 3일 장 초반에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겠지만, 과도한 낙폭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장중에는 일부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5.32포인트(7.89%) 내린 7,648.0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가 8,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11일 7,763.95 이후 15거래일 만이다.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약세를 보였고, 장중 한때 7,616.33까지 밀렸다. 급락 충격이 커지면서 오전에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변동성 완화 장치)도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4천44억원, 2조8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은 6조2천6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19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로 알려진 메타 관련 악재가 투자 심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의 외부 판매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투자 열풍 속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실제 필요 이상으로 설비와 서버, 반도체를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이른바 과잉 투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앞으로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지나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번졌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9.06% 내리며 30만원 아래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14.57% 급락해 210만원대로 내려섰다. SK하이닉스의 하루 하락률은 2008년 11월 20일 이후 약 17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반도 약세를 면하지 못해 SK스퀘어는 13.20%, 삼성전기는 12.65% 내렸고, 현대차와 삼성생명, HD현대중공업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62.63포인트(6.74%) 떨어진 866.72로 마감하며 4거래일 만에 900선을 내줬다.
미국 증시 흐름도 국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5.49% 하락했고, 엔비디아(-1.39%), 브로드컴(-2.41%), 에이엠디(-4.26%), 인텔(-5.25%), 마벨 테크놀로지(-9.84%) 등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80% 내렸다. 다만 자금 일부가 기술주에서 경기방어주나 전통 산업주로 옮겨가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1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사실상 보합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6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5만7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쳐 월가 예상치인 11만5천 명 증가를 크게 밑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변화는 위험자산에는 부담과 완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데, 성장주에는 실적 우려가, 환율과 유동성 측면에서는 다소 숨통을 틔우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실제 3일 증시 전망도 이런 상반된 재료가 함께 반영되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 상장지수펀드는 2.89% 하락했고, 신흥국 지수 상장지수펀드도 1.17%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45% 하락했고 코스피200 야간 선물도 1.84% 떨어져, 개장 초반에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야간 시장에서 1,540.00원으로 마감해 주간 거래 종가보다 14.90원 내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 수급 불안은 불가피하지만 전날 폭락에 따른 낙폭 과대 인식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장중 회복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도 하락 출발 가능성은 크지만 야간 선물이 낙폭을 줄인 점을 감안하면 반발 매수세가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다음 주 예정된 삼성전자와 미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기업 펭귄솔루션스의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수요 둔화 우려가 실제 실적에서 확인될지, 아니면 과도한 공포였는지가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