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가 상장 직후 폭발적인 거래를 일으키며, 국내 투자자금이 반도체 대표주를 겨냥한 초단기 매매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국내 상장지수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권은 사실상 에스케이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휩쓸었다. 같은 기간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205만2천원에서 233만3천원으로 13.69% 올랐는데, 주가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수준으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 특성상 관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7종의 상승률은 26.68%에서 28.27%까지 치솟았다. 상장지수펀드가 원래는 특정 지수나 자산 흐름을 비교적 분산해 투자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상품은 개별 종목 하나에 상승과 하락 방향을 강하게 베팅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상품과 결이 다르다.
거래 규모는 더 눈에 띄었다. 상장 후 사흘간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개 상품의 합산 거래대금은 27조8천71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9조원 넘는 돈이 오간 셈이다. 이 가운데 KODEX 에스케이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거래량 3억8천130만8천좌로 전체 상장 상장지수펀드 가운데 4위, 거래대금은 10조9천258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TIGER 에스케이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거래량과 거래대금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29일 기준 이들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5조3천312억원, 순자산총액은 5조266억원으로 불어났다. 새로 상장된 상품군이 단기간에 이 정도 몸집을 키운 것은 투자 대기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유입됐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단기 매매 성향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개인은 사흘 동안 관련 16개 상품을 9조2천146억원어치 사들였고, 동시에 5조1천541억원어치를 팔았다. 매도 규모가 매수액의 55.9%에 이른다는 것은 사들인 물량의 절반 이상이 며칠 안에 시장에 다시 나왔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본래 하루 단위 수익률을 기준으로 설계돼 장기 보유에 불리한 구조를 갖는다.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고 횡보하더라도 복리 효과와 재조정 과정 때문에 실제 수익률이 깎일 수 있어 고위험·단기 대응 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반도체주 강세 기대가 커지면서 금융투자협회의 거래 사전교육 신청자는 지난 28일 기준 33만750명, 수료자는 30만5천197명까지 늘었다. 상장 전날인 26일까지 약 10만명 수준이던 신청 인원이 급증한 것은 시장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런 자금 쏠림이 전체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29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74.26으로 마감했고, 장중에는 75.27까지 올랐다. 변동성지수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시장이 얼마나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유안타증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로 수급이 집중되면서 기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새 상품 쪽으로 매수세가 몰린 점을 변동성 확대 배경으로 짚었다. 자산운용업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통적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가 우세했지만, 이번 단일종목 상품 초반 흐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개인 순매수에서 더 강한 반응을 얻었다. TIGER 에스케이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개인 순매수액 1조3천443억원으로, KODEX 에스케이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1조2천992억원을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대형주 방향성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상품 구조상 단기 급등 뒤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