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주요 상장사 10곳 중 8곳꼴로 증권사 목표주가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기업 실적 전망 개선보다 더 빠르게 뛰자, 증권사들이 기존 전망치를 잇따라 다시 고쳐 쓰는 흐름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267개 종목 가운데 206개 종목의 목표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상향 조정됐다. 전체의 77% 수준이다. 반대로 목표주가가 내려간 종목은 61개, 23%에 그쳤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코스피 급등이 있다. 코스피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이익 기대에 힘입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고, 1월 22일 5,000선을 처음 넘은 뒤 2월 25일 6,000선, 지난달 6일과 15일 각각 7,000선과 8,000선, 이달 18일에는 9,000선까지 돌파했다.
목표주가 상향 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대우건설이었다. 대우건설의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해 말 4,400원에서 이달 3만4,000원으로 673% 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중동 지역 재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고, 한국 기업 연합체인 이른바 팀 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관련 사업 확대 가능성도 부각됐다. 증권가에서는 대우건설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통해 첫 해외 원전 실적을 확보한 만큼 체코 테믈린, 베트남 닌투언 등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뒤이어 삼성전기가 513%, SK스퀘어가 286%, SK하이닉스가 275% 각각 상승했고, 두산테스나, 알에프에이치아이시, 엘지이노텍, 삼성전자, 대덕전자 등도 상향 폭이 컸다.
다만 목표주가가 실적 전망을 선제적으로 반영한다기보다 이미 급등한 주가를 뒤늦게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일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70만원에서 102만원으로 올렸는데, 그 직전 거래일 종가는 이미 83만2,000원으로 기존 목표가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후 같은 달 20일 160만원, 27일 190만원으로 잇따라 올렸고, 이달 4일에는 다시 210만원으로 높였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목표주가가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대신증권도 SK스퀘어 목표주가를 4월 27일 100만원, 5월 24일 150만원, 이달 18일 187만원으로 연이어 상향했다. 같은 기간 SK스퀘어 주가는 78만9,000원에서 170만원으로 116%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증권사 리서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증권사는 거래 중개 수수료와 기업금융 사업 비중이 큰 만큼, 애널리스트가 적극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매수 의견을 많이 제시하는 구조에서 기존 목표주가에 실제 주가가 도달했는데도 목표가를 더 올리지 않으면 사실상 매도 신호로 읽힐 수 있어 상향 조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처럼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할 때는 목표주가도 빠르게 높아지지만, 만약 현재 주가가 단기 고점이라면 개인 투자자가 리포트를 믿고 뒤늦게 매수했다가 손실을 볼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증시 강세와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목표주가 자체보다 실제 주가와의 괴리, 보고서 작성 시점, 실적 추정의 근거를 함께 따져보는 판단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