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종목이 29일 동반 급등하면서 코스닥 지수가 단숨에 900선을 회복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바이오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뒤 업종 전반으로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제약·바이오주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알테오젠은 8.59% 올랐고, 코오롱티슈진은 2.20%, HLB는 6.92%, 리가켐바이오는 14.00% 상승했다. 이 밖에 에이비엘바이오 20.18%, 삼천당제약 13.30%, 펩트론 19.64%, 디앤디파마텍 19.05% 등으로 상승 폭이 컸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들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8.13% 급등한 920.57을 기록했고, 오전 9시 28분께에는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급변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다.
이번 반등의 배경으로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결정이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를 열고 리가켐바이오에 5천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투자가 국내 바이오 연구·개발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한국 바이오 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넘어, 정부가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다시 분명하게 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주는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었다. 올해 들어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와 코스피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성장 기대가 큰 바이오주는 뒤로 밀렸다. 실제로 올해 KRX 반도체 지수는 174.53% 상승한 반면 KRX 헬스케어 지수는 13.68% 하락했다. 특히 바이오 기업은 당장 실적보다 미래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 금리가 오를 때는 기업가치 할인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투자 자금이 쉽게 들어오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 주가 반등을 넘어 업종 전반의 재평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보다 성과가 크게 부진했고, 특히 헬스케어 업종은 글로벌 금리 환경과 기술주 쏠림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집행이 투자자 관심을 되돌리고 기업의 기초 체력, 즉 펀더멘털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오름테라퓨틱을,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씨어스, 큐리오시스, 아이센스를, 위탁개발생산(CDMO·의약품 개발·생산을 대신 맡아주는 사업) 분야에서는 에스티팜을 주목 종목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투자 집행이 후속적으로 이어지고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성과가 확인될 경우, 코스닥 시장 전반의 회복세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