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놓았지만, 반도체 업종 전반을 둘러싼 경계심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30일 장 초반 국내 반도체 대표주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오전 9시 15분 기준 전장보다 4.57% 내린 133만7천원에 거래됐다. 2.86% 하락한 136만1천원으로 출발한 뒤 한때 6% 안팎까지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같은 시각 1.56% 오른 21만1천750원에 거래됐지만, 흐름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2.64% 상승한 21만4천원으로 장을 시작한 뒤 21만7천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한때 하락 전환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천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813.8% 증가한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84조1천894억원을 6.3%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개 분기 연속 역대 분기 최대 기록을 새로 썼고, 반도체를 맡는 디에스(DS) 부문도 매출 127조5천억원, 영업이익 89조2천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매우 강한 결과지만, 시장은 기업별 성적표보다 업황 전반의 향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전날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의 후폭풍이 깔려 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친 2분기 실적과 이후 콘퍼런스콜 영향으로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23%, 9.61% 급락했다. 미국 증시에서도 이런 불안 심리가 이어져 마이크론은 10%, 샌디스크는 7.32%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5.33%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면서도 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낸 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한 점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금리와 지정학적 변수는 반도체처럼 기대가 많이 반영된 성장주에 특히 부담이 되기 쉽다.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천932억원, 1천875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3천913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51억원, 745억원 매수 우위를 보인 반면 개인은 1천665억원 매도 우위였다. 이는 일부 투자 주체가 단기 충격 속에서도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체력을 다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업종 전반의 눈높이가 이미 높아진 상황인 만큼, 앞으로 주가 흐름은 단순한 호실적 자체보다 메모리 업황 지속성, 미국 통화정책 방향, 중동 정세 같은 외부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