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매물이 2019년 이후 가장 두꺼운 구간에 들어섰지만 거래 회복은 더뎠다. 재고가 늘어도 6%대 중후반의 모기지 금리가 구매자의 상환 부담을 높이면서 가격과 판매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7월 18일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미국 주택 재고는 110만건을 5주 연속 웃돌았다. 2019년 11월 이후 가장 긴 흐름이다. 같은 주 신규 매물은 전년 대비 1.6% 늘었고 호가는 2.5% 낮아졌다.
6월 월간 재고는 110만2615건으로 전월 대비 4.1%,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다만 2017~2019년의 일반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11.3% 적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재고가 110만건을 넘었다는 수치만으로 미국 주택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절대 매물은 늘었지만 과거 기준과의 격차가 남아 있고, 지역별 증가 속도도 달랐다.
집계 기관에 따라 재고 규모도 차이를 보였다. 레드핀(Redfin)은 6월 전국 매물을 149만6490건으로 집계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재고 소진 기간은 3.7개월, 중간 매매가격은 40만8776달러(약 5억7924만원)였다.
기관별 수치가 다른 것은 집계 대상과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리얼터닷컴은 현재 시장에 등록된 매물과 호가를 중심으로 집계하고, 레드핀은 판매 가능한 주택을 폭넓게 반영한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기존주택 시장의 미판매 재고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격 지표도 엇갈렸다. 리얼터닷컴이 집계한 6월 중간 호가는 43만달러(약 6억931만원)로 전년 대비 2.5% 하락했다. 반면 NAR의 기존주택 중간 매매가격은 44만600달러(약 6억2433만원)로 1.8% 상승했다.
호가는 매도자가 시장에 제시한 가격이고 매매가격은 실제 거래가 성사된 금액이다. 두 지표의 차이는 매물 증가가 곧바로 거래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거래량은 감소했다. NAR는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2.4% 줄어 계절조정 연율 409만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판매 재고는 156만채였고 현재 판매 속도를 기준으로 한 공급 기간은 4.6개월이었다.
7월에도 거래 부진은 이어졌다. AP가 전한 NAR 자료에서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1.7% 감소한 연율 406만건으로 집계됐다. 중간 매매가격은 43만4100달러(약 6억1512만원)였다.
금리 부담은 재고 증가가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다. 레드핀의 6월 월평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49%였고, 프레디맥(Freddie Mac)은 7월 16일 같은 금리를 6.55%로 제시했다. NAR의 7월 판매 자료에 반영된 금리는 6.69%였다.
지역별 온도 차도 뚜렷했다. 6월 재고는 북동부와 중서부에서 각각 8.5%, 7.3% 늘었지만 남부에서는 0.1% 줄었고 서부는 0.3% 증가에 그쳤다. 중간 호가는 서부 4.0%, 남부 2.5%, 북동부 1.0% 하락했으며 중서부는 전년과 같았다.
로렌스 윤(Lawrence Yun)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별 주택 판매의 등락은 모기지 금리의 작은 변동에도 구매자가 주거비 여건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재고가 꾸준히 늘지 않으면 가격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주택시장과 모기지 금리는 소비 여건과 장기금리 흐름을 가늠하는 거시 지표다. 본지는 앞서 미국 모기지 금리 상승과 대출 신청 감소 흐름을 보도했다. 주택 재고 증가와 위험자산 가격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