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와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이 겹치며 일본 상장 미국 장기채 ETF의 가격 매력은 커졌지만,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는 뚜렷하게 늘지 않았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상장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 Hedged·2621) ETF 매수결제액은 438만4000달러(약 61억원)로 집계됐다. 이 상품은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서 달러화의 엔화 대비 환율 변동을 헤지해 엔화 기준 미국 장기채 수익률을 추종한다.
거래 자체는 늘었다. 최근 일주일인 17~24일 매수결제액은 192만4000달러(약 27억원)로 직전 주 77만4000달러(약 11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다만 순매수 기준으로는 분위기가 달랐다. 해당 ETF는 이달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상위 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매수와 매도가 함께 늘면서 순자금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블랙록(BlackRock)은 해당 ETF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엔화 표시 미국 국채 펀드로 설명한다. 달러와 엔화 사이의 환율 변동 위험을 낮추기 위해 환헤지를 하는 구조다. 24일 기준 기준가액은 993.69엔으로 전일보다 0.40% 하락했다.
국내 투자자가 이 상품을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엔화가 반등하면 원화 투자자에게 환차익 요인이 생기고, 미국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장기채 가격 상승 효과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 매력이 높아져 기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기존 장기채 가격은 오른다.
가격 조건만 놓고 보면 유인은 커졌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18일 현지시간 장중 5.3%대를 넘어서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장기금리 상승은 기존 장기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엔화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 1998년 이후 약 30년 만에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다. 당시 달러당 163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개입 이후 155엔대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다시 159엔대로 올랐다.
다만 국내 투자자는 과거처럼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 장기채 매도와 주식 순매수가 갈렸던 흐름처럼,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는 구간에서는 자산별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이번에도 엔화와 미국 장기채가 모두 싸졌다는 판단만으로 순매수가 커지지는 않았다.
차영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엔화가 추세적 강세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국의 개입 자체보다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가 동반됐기 때문"이라며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번 개입 효과도 장기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 개입만으로 엔화 강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도 미·일 공동 개입만으로 추세적인 엔화 강세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엔화 안정을 위해서는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장기채도 같은 구조다. 금리 상승은 가격 매력을 키우지만, 추가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채권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의 재정 우려와 물가 불확실성이 장기금리 부담으로 남아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화와 미국 장기채 모두 가격 매력은 커졌지만, 아직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어 투자자들도 적극적인 저가 매수보다는 관망세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