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논의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탈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가 최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암호화폐 법안 초안에 포함된 ‘보조 자산(ancillary asset)’ 개념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이 심각한 허점을 남기며 투자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서한은 지난 7월 말 발표된 가칭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법(Digital Asset Market Structure Act)’ 초안을 둘러싼 논의의 일환으로 작성됐다. 이는 기존 ‘21세기 금융 혁신과 기술법(CLARITY Act)’의 연장선에서 암호화폐 규제를 정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a16z 측은 서한을 통해 “‘보조 자산’ 개념은 토큰이 어떤 지분, 배당, 거버넌스 권한도 부여하지 않음에도 투자 계약의 일부로 판매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으며 입법의 근간이 되기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개념이 논란이 많은 ‘하위 테스트(Howey Test)’와도 정면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위 테스트는 미국 대법원이 증권의 범위를 정의하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법적 기준이다.
이들은 현행 초안이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규제 체계 내 회색지대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입법자들의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 같은 입장 개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라는 이름 아래 디지털 자산 규제 개편을 예고한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 일부 상장기업들이 최근 일주일 사이 암호화폐에만 80억 달러(약 11조 1,2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보다 명확하고 안전한 가이드라인 설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정치권의 테이블 위로 올라오면서 이 같은 기술 산업의 목소리가 입법 방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