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24일(현지시간) 캄보디아에서 대규모 ‘피그부처링’(돼지도살) 사기 센터를 운영한 혐의로 캄보디아 상원의원 콕 안(Kok An)과 관련자 28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동남아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암호화폐 사기와 자금세탁을 겨냥한 조치로, 미국 내 피해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재무부는 이번 사기 센터들이 미국 시민에게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달러 기준 피해액을 원화로 환산하면(원·달러 환율 1달러=1483.60원 적용) 수조원대에 이르는 수준으로, ‘피그부처링’이 단순 피싱을 넘어 산업화된 범죄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계 쌓기’로 장기간 유인…가짜 거래소로 입금 유도
피그부처링은 가해자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친구·사업·연애 관계를 미끼로 투자나 송금을 유도해 자금을 탈취하는 수법이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과 해외 거래의 익명성을 악용해, 피해자가 의심을 품기 어렵도록 ‘수익 인증’ 화면이나 가짜 고객지원까지 동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도 2020~2025년 피그부처링 관련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데이터를 제시한 바 있다. 범죄 자금이 여러 지갑과 플랫폼을 거쳐 이동하는 과정에서 추적을 어렵게 만들지만, 온체인 분석을 통해 자금 흐름의 ‘목적지 플랫폼’이 특정 유형의 서비스로 집중되는 경향도 포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법무부, 플랫폼·도메인 대거 압수…동남아 집중 수사
미국 법무부(DOJ) 산하 ‘스캠 센터 타격 태스크포스(Scam Center Strike Force)’도 이번 주 소셜미디어 기반 플랫폼 1곳과 암호화폐 사기에 연결된 ‘허위 웹 도메인’ 503개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태스크포스가 미국 내 여러 수사기관의 요원과 검사를 동원해 사기 센터와 운영 책임자를 조사·교란·기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수사 초점 지역으로 미얀마(버마), 캄보디아, 라오스를 지목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접근이 현지의 조직 거점, 인신매매와 결합된 노동 착취 문제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늘면서, 금융범죄 단속을 넘어 국제 공조와 현장 대응이 동시에 요구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최소 100억달러 피해 추정…1분기 피해도 증가세
미 재무부는 동남아 기반 사기 작전으로 미국인이 ‘단 1년’에 최소 100억달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원화로 약 14조8360억원(1달러=1483.60원 기준)에 해당하며, 사기 조직이 ‘연애·투자’ 서사를 결합한 장기전으로 피해 규모를 키우는 만큼 개인의 보안 수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26년 1분기 기준 사기·해킹으로 인한 전체 피해액이 4억8200만달러까지 늘었다는 집계도 함께 제시됐다. 당국의 제재와 압수 조치가 강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규제·수사 리스크가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전반의 신원확인(KYC) 강화와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