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복지와 교육을 포함한 주요 의무지출 전반에 손질 가능성이 커졌다. 예산을 새로 늘리는 것보다 기존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따져 비효율을 덜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서울 마포구 에스브이시서울에서 열린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올해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7년 예산안이 예산편성 전 과정을 이재명 정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는 첫 예산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15%, 법과 제도에 따라 자동적으로 나가는 의무지출은 10% 줄이고, 전체 사업 수도 10% 없애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재정의 고정비처럼 굳어진 의무지출을 어떻게 손볼지에 모였다. 토론회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직급여, 기초연금이 대표적인 개편 대상으로 거론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돼 자동 배분되는 구조인데,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재원이 관성적으로 늘어 행사성 지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직급여는 반복 수급 문제와 함께 일부 사례에서 급여 수령액이 실제 근로소득보다 많아지는 이른바 역전 현상이 제도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초연금은 수급자 내부의 소득 격차가 커진 만큼, 지금처럼 폭넓게 나누는 방식보다 저소득층 지원을 더 두텁게 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재정 효율화를 위한 우선순위 재편이어야 한다고 봤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고,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구직급여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기초연금의 수급 범위 조정과 저소득층 지원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부 안팎에서는 유사하거나 중복된 지원사업을 통합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방식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세입 여건이 빠듯한 상황에서 새 재원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만큼, 한정된 재정을 더 필요한 곳에 쓰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기획예산처는 이번 토론회가 재정당국이 지출 구조조정을 주제로 직접 연 첫 공론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고, 케이티브이와 기획예산처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도 진행했다. 정부는 예산 편성 전반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실제 구조조정이 교육·고용·노후소득 보장과 맞물린 민감한 분야를 건드리는 만큼 앞으로 각 부처와 이해관계자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과 복지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를 둘러싼 본격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