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발행사의 토큰 조달에 적용할 별도 규정안을 제시했다. 발행사가 증권 등록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조달 한도와 공시 요건을 함께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
SEC는 1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자산 관련 일부 투자계약에 맞춘 증권 발행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규정안은 21일 연방관보에 게재됐고, 의견수렴 기한은 2026년 10월20일이다.
이번 규정안의 명칭은 ‘레귤레이션 크립토 애셋(Regulation Crypto Assets)’이다. 파일 번호는 S7-2026-27, 릴리스 번호는 33-11434·34-106150이다.
규정안은 두 가지 등록 면제를 담았다. 스타트업 면제는 4년 동안 최대 500만 달러(약 69억원)까지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조달 면제는 12개월마다 최대 7500만 달러(약 1039억원)까지 발행을 허용하는 구조다. 발행사는 원칙 기반 공시를 제공해야 하며, 증권법상 사기방지와 시세조종 방지 조항 적용은 계속 받는다.
SEC는 투자계약 세이프하버도 제시했다. 발행사가 약속한 핵심 경영 노력을 완료했거나 영구 중단했다는 점을 SEC에 인증하고 다른 조건을 충족하면, 해당 암호화폐 자산이 더 이상 투자계약에 묶이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는 토큰 자체와 토큰 판매 과정에서 생긴 투자계약을 구분하려는 접근이다. 그동안 암호화폐 발행사는 토큰 판매가 곧바로 증권 등록 의무로 이어지는지 사안별로 따져야 했다.
폴 앳킨스(Paul S. Atkins) SEC 위원장은 18일 성명에서 “암호화폐 자산 시장 혁신에 맞춘 발행 면제와 세이프하버가 발행사, 투자자, 시장 참여자에게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성명에서 의회 입법이 여전히 필요하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규정안만으로 장기 규제 틀이 완성되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루이스 코언(Lewis Cohen) 케이힐 고든 앤드 라인델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제안이 “오랜 길을 걸어온 결과이며 방향은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SEC 규칙안만으로는 장기 규제 틀이 충분하지 않다며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 구조를 다루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처리 여부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이번 조치는 SEC가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미국 내 자금 조달에 등록 예외와 세이프하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흐름의 후속 성격이 있다. 당시 앳킨스 위원장은 스타트업 면제, 자금조달 면제, 투자계약 안전항구를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또 가상자산 자체와 투자계약을 구분한 SEC의 기존 해석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규정안은 그 논의를 발행 면제와 투자계약 종료 기준으로 구체화한 제안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미국 규정안과 각국 감독 방식의 차이가 향후 비교 쟁점으로 남는다. 미국식 별도 규정안이 확정될 경우 다른 시장의 감독 방식과 어떤 차이를 낼지도 비교 대상이 된다.
규정안은 아직 확정 규칙이 아니다. SEC는 2026년 10월20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최종 규칙 채택 여부와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