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서울 금융 네트워크의 집적 효과를 다시 쟁점으로 끌어냈다. 자본과 인력, 정보가 한곳에 모일수록 거래 비용이 낮아지는 금융업의 특성과 지역 균형발전 목표가 맞물린 결과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10월이나 11월쯤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관련 기관이 거론되지만 이전 대상과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쟁점은 ‘돈의 주소’다. 투자은행(IB), 벤처캐피털(VC), 대체투자 운용은 정보와 사람의 접촉 빈도에 민감하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는 앞서 24시간 외환시장 운영과 맞물려 딜링룸 배치 논란으로 번졌다. 본점과 영업 접점이 갈라질 경우 시장 참가자와 고객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넓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시아경제는 29일 공제회 지방 이전 논의를 다루며 메타(Meta)의 2015년 신사옥 MPK20 사례를 제시했다. 메타는 당시 2800명이 칸막이 없이 일하는 43만제곱피트 규모의 열린 사무공간을 만들고 이를 ‘하나의 큰 방’으로 설명했다. 회사 측은 아이디어 교환과 협업을 유도하기 위한 설계라고 밝혔다.
공간의 효과는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2004~2014년 MIT 연구 논문 4만358편과 특허 2350건을 분석했다. 같은 업무공간의 연구자들은 400m 떨어진 연구자보다 논문을 함께 쓸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고, 특허 공동작업 가능성도 2배 이상이었다.
금융업에서 집적 효과는 도시 간 경쟁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19일 자산운용 허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펀드매니저의 성과 관련 수익 세제 혜택, 헤지펀드 유치 프로그램, 고급 금융인력 비자 지원책을 발표했다. MAS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업이 최근 5년간 연평균 7.5% 성장해 운용자산이 7조싱가포르달러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는 올해 3월 발표된 39차 세계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이 137개 도시 중 8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서울은 직전 평가보다 두 계단 상승했고 4년 연속 10위권을 유지했다. 홍콩은 3위, 싱가포르는 4위였다.
세계금융센터지수는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비교하는 지표다. 금융 인프라, 인적 자본, 기업 환경, 평판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순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과 전문인력이 어느 도시로 모이는지가 자금 조달과 거래 구조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공제회는 이전 논쟁의 핵심 사례다. 전북연구원이 지난해 말 8개 공제회를 같은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에서 총 투자자산은 약 134조9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사모신용 등 대체투자는 약 8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체투자는 공개시장 자산과 성격이 다르다. 상장주식이나 국채는 전산망과 공개 가격을 중심으로 거래되지만, 기업 인수합병(M&A), 사모펀드(PEF), 벤처투자, 부동산·인프라 투자는 딜 발굴과 실사, 구조화, 법률·회계 검토, 사후관리까지 여러 전문 조직의 협업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공제회의 위치는 단순한 사무실 주소 문제가 아니다. 외부 운용사, 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과의 접촉 빈도가 투자 판단의 속도와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일수록 물리적 거리와 인력 확보 문제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구조다.
전북연구원도 이전에 따른 우려를 쟁점으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서울 금융 네트워크에서 떨어질 경우 투자정보 접근성이 낮아지고 전문인력 유출과 의사결정 지연이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수도권 과집중 비용과 지역 균형발전 필요성도 함께 논의 대상이다.
이해관계자별로 보는 지점은 다르다. 지역은 금융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인력과 관련 산업을 끌어들이려 하고, 금융기관과 노조는 감독·운용·영업 기능이 시장과 멀어지는 문제를 제기한다. 정책 목표와 시장 기능을 어떻게 나눠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10~11월 확정될 예정이다. 금융 관련 기관이 실제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경우 본점 기능, 시장 접점, 서울 업무 거점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가 다음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