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이란산 원유 탱커를 압류하기 위해 19세기 해상 포획법인 프라이즈 로(prize law)를 다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조치는 아니지만, 대이란 제재가 민사 몰수에서 전시 포획 논리로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운·에너지 시장의 법적 부담이 커졌다.
블룸버그 로(Bloomberg Law)는 26일 법무부가 이란 유조선을 미국의 전리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해상 전시 법정, 이른바 프라이즈 코트를 활성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런 라이츠(Aaron Reitz) 텍사스 남부지검장은 "군사 충돌 중 적을 지원하는 선박이나 화물을 미군이 압류해야 할 수 있다"며 "연방법원은 포획된 선박과 화물의 처분을 판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즈 로는 무력 충돌 중 적선과 화물, 관련 재산을 포획했을 때 법원이 소유권 이전과 처분을 판단하는 절차다. 미 헌법은 의회에 육상과 해상 포획에 관한 규칙을 정할 권한을 부여한다. 코넬 로스쿨 법률정보연구소(Cornell Law School Legal Information Institute)는 프라이즈 로를 무력 충돌 중 해상 포획을 다루는 법 영역으로 설명한다.
이번 구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속도다. 미국은 최근 이란 연계 원유·해운 자산을 다룰 때 주로 민사 몰수를 활용했다. 민사 몰수는 제3자 권리 주장과 관할 다툼이 붙으면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
법무부는 3월 6일 이란 원유 유통망과 관련됐다고 본 자금 1,530만 달러(약 211억원) 이상에 대해 민사 몰수 소송을 냈다. 2월 27일에는 유조선 스키퍼(Skipper)와 원유 약 180만 배럴의 몰수를 추진했다. 현재 집행의 중심은 여전히 제재 위반 자산을 상대로 한 민사 절차다.
프라이즈 코트가 실제 가동되면 압류한 원유와 화물은 매각돼 미국 재무부로 넘어갈 수 있다. 블룸버그 로는 이 방안이 이란 봉쇄를 강화하고 충돌 비용을 상쇄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법무부가 1812년 프라이즈법, 헌법상 포획 조항, 또는 다른 조항 중 무엇을 적용할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포천(Fortune)은 라이츠 지검장이 프라이즈 로를 오래된 해상법 체계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제도가 실제 집행 수단이 되려면 포획 주체, 법원 관할, 매각 절차, 이해관계자 이의제기 범위가 함께 정리돼야 한다.
법적 쟁점은 작지 않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적대 상태에 있는지, 의회 승인 없이 포획 절차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먼저 다퉈질 수 있다. 앨리슨 루즈윅(Allison Luzwick) 홀랜드앤나이트 해상법 변호사는 현대 국제법과 전쟁법이 19세기 이후 크게 발전했다며 실제 절차에서 이 문제가 모두 제기될 것이라고 봤다.
마이클 프레볼라(Michael Frevola) 홀랜드앤나이트 해상소송 파트너도 실무 공백을 지적했다. 그는 프라이즈 로가 현대에 거의 시험되지 않은 영역이라며 "진지한 조언을 얻으려면 영매 의식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쓰이지 않은 법을 되살리는 만큼 법무부와 해군, 법원 모두 절차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지지 논리도 있다. 유진 콘토로비치(Eugene Kontorovich) 조지메이슨대 안토닌 스칼리아 로스쿨 교수는 이 방식이 전쟁 비용을 상쇄하고 미국이 봉쇄를 진지하게 집행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봉쇄 고지, 중립 선박 처리, 제3국 화물의 법적 지위가 새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해운 업계에는 제재 집행의 초점이 세관·금융 제재에서 선박 포획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더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는 이번 구상이 기존 민사 몰수보다 빠를 수 있지만 제3자 청구와 절차 지연을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란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긴장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맞물려 이어져 왔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통행이 지난 주말 20척을 밑돈 것으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검토는 통항 제한과 제재 집행을 둘러싼 논의가 법원 절차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라이즈 코트는 스페인-미국 전쟁 이후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았다. 미국 연방대법원 기록에는 1898년 전쟁 당시 선박을 전리품으로 몰수한 사건들이 남아 있다. 오래된 선례가 남아 있더라도 현대 해상 운송과 국제 금융망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내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지점은 원유 가격 자체보다 해상 물류와 제재 준수 비용이다. 중동 원유 수송 차질은 정유사와 해운사, 보험사에 운항 경로와 선적 확인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가격 영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검토가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의 대이란 해상 대응은 제재 집행을 넘어 전시 포획 절차까지 시험하게 된다. 향후 관건은 법무부가 어떤 법적 근거를 택하는지, 법원이 포획 선박과 화물의 처분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