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경쟁이 허용 여부를 넘어 발행 주체와 은행 참여 범위로 옮겨가고 있다. 홍콩은 발행사 라이선스를 내주고 일부 상품의 베타 접근 단계에 들어갔고, 일본은 대형 은행권의 발행 가능성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다.
홍콩 정부는 6월 10일 의회 답변에서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초기 신청 36건을 검토해 2026년 4월 두 곳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라이선스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홍콩은 2025년 8월 1일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해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허가제를 도입했다.
홍콩 정부는 추가 신청자 심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향후 허가 방향과 시점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가 라이선스가 나오더라도 전체 숫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도 같은 답변에 담겼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이다. 발행자는 통상 준비금, 환매 구조, 가격 안정화 장치를 갖춰야 하며, 규제 당국은 발행 허가뿐 아니라 유통 채널과 투자자 보호 장치까지 함께 본다.
홍콩의 초점은 발행 이후 유통과 사용처로 넘어갔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5월 27일 회람에서 허가받은 발행사가 내놓는 관련 스테이블코인을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과 증권사가 취급할 때 적용할 기준을 제시했다.
회람은 준비금, 환매 구조, 안정화 장치 등 공시 의무를 강조했다. 일부 경우 기존 가상자산 지식 평가나 노출 한도 산정 방식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장 움직임도 뒤따랐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주도한 앵커포인트 파이낸셜(Anchorpoint Financial)은 8월 12일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HKDAP의 베타 접근을 시작했다고 코인데스크는 전했다.
해시키 익스체인지(HashKey Exchange)와 OSL 그룹(OSL Group)은 기관과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과 환매를 지원하는 유통사로 참여했다.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기관 결제망과 리테일 앱 유통으로 갈라진 구도는 앞서 본지도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은행 인프라를 앞세운다. 가타야마 사쓰키(Katayama Satsuki) 일본 금융담당상은 4월 17일 금융청(FSA)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엔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실용화가 보이기 시작했고, 2027년까지 3대 은행이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타야마 담당상은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관할권을 오갈 수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일관된 규제·감독 체계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일본의 논의는 발행사 허가뿐 아니라 은행 결제망, 예금 토큰, 국경 간 결제 실험과 맞물려 있다.
일본은행(BOJ)은 3월 3일 우에다 가즈오(Ueda Kazuo) 총재 연설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토큰화 예금을 중앙은행의 신뢰 기반과 어떻게 연결할지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á)와 자체 샌드박스를 통해 은행 간 결제, 증권 결제, 국경 간 결제에서 중앙은행 화폐와 블록체인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은행은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준비금 관리, 환매, 결제 최종성, 고객 확인을 함께 맡는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비은행 발행사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은 규제 비용과 은행 접근성에 따라 사업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제도 문구를 아직 정리하는 단계다. 금융위원회는 1월 6일 보도설명자료에서 관계기관과 가상자산 2단계법 주요 내용을 협의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주주 구성 등 주요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3월 출범한 민관 공동 협의체는 온체인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프레임워크를 논의 범위에 올려뒀다.
싱가포르는 전용 법률보다 기존 결제 허가 체계를 통해 시장을 관리한다. 싱가포르통화청(MAS) 공개 명부에는 29일 기준 디지털 결제토큰 서비스가 가능한 주요 지급기관 38곳이 올라 있으며, 서클 인터넷 싱가포르(Circle Internet Singapore), 팍소스 디지털 싱가포르(Paxos Digital Singapore), 스트레이츠엑스 페이먼트 서비스(StraitsX Payment Services) 등이 포함됐다.
아시아 각국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쟁점은 발행 허가, 준비금, 환매, 은행 참여 범위로 좁혀지고 있다. 홍콩은 제한된 발행 허가와 유통 규칙을 먼저 세웠고, 일본은 은행권 실사용 가능성을 전면에 놓았으며,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은행 참여 범위를 정해야 같은 논의선에 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