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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달러 청구, 미 예보가 에스브이비 소송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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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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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실리콘밸리은행 붕괴와 관련한 17억1000만 달러 청구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 경영진의 장기채 운용과 헤지 축소가 손실을 키웠다고 봤다.

 법원 앞 벤치에 놓인 은행 소송 서류철 묶음 / TokenPost.ai (macro)

법원 앞 벤치에 놓인 은행 소송 서류철 묶음 / TokenPost.ai (macro)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SVB) 붕괴와 관련한 17억1000만 달러(약 2조3393억원) 청구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은행 손실의 책임이 관리기관이 아니라 옛 경영진의 자산 운용 판단에 있다는 취지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 베스 랩슨 프리먼(Beth Labson Freeman) 판사는 8월 28일 사실인정 및 법률판단에서 에스브이비 파이낸셜 트러스트(SVB Financial Trust)의 계약상 청구권이 FDIC의 상계 항변으로 막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FDIC가 1차·2차·6차 항변에서 승소했고, 관련 손해가 17억1000만 달러 청구액을 모두 상계한다고 결론냈다.

쟁점은 은행 폐쇄 뒤 옛 지주회사 측 자금에 대한 책임이었다. 에스브이비 파이낸셜 트러스트는 에스브이비 파이낸셜그룹의 청구권을 넘겨받아 FDIC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왔다. 양측은 2025년 5월 계약 위반 청구에 대한 FDIC 책임액을 17억1000만 달러로 정했지만, FDIC가 상계 항변에서 이기면 실제 지급액은 줄어들 수 있었다.

재판부는 SVB가 2020년 이후 예금 급증기를 맞았고 2021년에는 예금의 90% 이상이 비보장 예금이었다고 봤다. 은행은 장기 고정금리 자산과 만기보유(HTM) 증권 비중을 늘렸다. 금리가 오르자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평가 손실이 커졌고, 유동성 압박이 현실화됐다.

판결문은 옛 경영진이 내부 위험 한도와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의 경고를 무시했고, 금리 상승 위험을 줄일 헤지도 축소했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운용이 적어도 45억 달러(약 6조1560억원)의 손실을 냈다고 판단했다. 2023년 3월 8일 SVB가 18억 달러(약 2조4624억원) 손실을 공시한 뒤 예금 인출이 빠르게 번졌고, 규제당국은 3월 10일 은행을 폐쇄했다.

만기보유 증권은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으로 분류한 채권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기존 장기채 가격은 하락한다. 은행이 이를 만기까지 들고 갈 수 있으면 회계상 손실 인식은 제한될 수 있지만, 예금 인출이 몰려 매각 압박을 받으면 유동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

FDIC는 2023년 3월 13일 SVB의 모든 예금과 자산 대부분을 브리지뱅크로 옮겨 예금자를 보호한다고 발표했다. 브리지뱅크는 폐쇄된 은행의 핵심 기능을 임시로 넘겨받아 예금 지급과 자산 정리를 이어가도록 하는 장치다. SVB와 시그니처은행(Signature Bank) 폐쇄 때는 시스템리스크 예외가 함께 적용됐다.

FDIC는 두 은행 폐쇄 뒤 발생한 예금보험기금(DIF) 손실을 회수하기 위해 특별부과금을 부과하고 있다. 현재 회수 대상 추정 총액은 약 167억 달러(약 22조8456억원)다. 최종 소송 결과에 따라 초과 회수분이 생기면 일반 분기별 보험료에서 상계될 수 있다.

크립토 시장과의 접점은 유에스디코인(USDC)이다. 서클(Circle)은 2023년 3월 13일 공지에서 SVB에 있던 33억 달러(약 4조5144억원) 규모 유에스디코인 준비금 위험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당시 유에스디코인 준비금의 약 8%였다.

서클은 같은 공지에서 유에스디코인이 1대1 상환 가능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준비금이 은행 예금과 단기 금융자산에 걸쳐 운용되는 만큼, 은행 정리 절차는 스테이블코인 신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판단은 대형은행 구제개혁과 정리제도 논의가 은행권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예금보험, 비보장 예금 보호, 브리지뱅크 전환, 특별부과금은 은행의 손실이 어느 주체에게 귀속되는지를 가르는 장치다. 은행 위기가 디지털자산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에게도 간접적인 리스크 점검 사례다.

한편 시그니처은행을 둘러싼 법적 판단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본지는 시그니처은행 주주 소송에서 FDIC 승계론에 제동이 걸린 판결을 보도했다. 당시 사건은 주주 청구권 승계가 쟁점이었고, 이번 사건은 SVB 계약상 청구와 FDIC의 상계 항변이 쟁점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FDIC는 2024년 12월 17일 내부 결의문에서 SVB 전직 임원 6명과 전직 이사 11명을 상대로 소송 제기 권한을 요청했다. FDIC는 이들이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 실패로 수십억 달러 손실과 예금보험기금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그 책임 추궁 흐름의 한 갈래로 읽힌다.

다만 이번 사건은 SVB 관련 여러 분쟁 중 하나다. 판결은 1심 지방법원 판단이며, 항소 여부와 후속 절차에 따라 최종 부담 구조는 다시 다뤄질 수 있다. 이번 판결만으로 SVB 관련 분쟁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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