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은행업계가 스테이블코인 이자·리워드 금지 범위를 놓고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수정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에 머무를지,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상품으로 커질지가 쟁점이다.
레베카 로메로 레이니(Rebeca Romero Rainey) 미국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8월 27일 뱅킹다이브(Banking Dive) 인터뷰에서 “이 허점은 완전히 닫혀야 한다”며 “해결에서 중간 지대는 없다”고 말했다. 레이니 회장은 스테이블코인 거래소와 중개업체가 이자나 수익과 유사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협회의 핵심 우려로 꼽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지금까지는 결제와 송금, 거래소 내 대기자금 수단으로 주로 쓰였지만, 보상이 붙으면 예금과 유사한 금융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문제의식이다.
협회가 문제 삼는 지점은 발행사가 직접 이자를 주지 않더라도 거래소, 계열사, 중개업체가 보상 형태로 사실상 예금 이자와 비슷한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이니 회장은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면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장치”를 넘어 예금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고 봤다.
ICBA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허용으로 시간이 지나며 은행 예금 1조3000억 달러(약 1779조7000억원)가 이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지역 대출은 8500억 달러(약 1163조6500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협회 분석이다.
지역은행은 지역 예금을 받아 중소기업, 농가, 주택 구입자에게 다시 대출하는 구조다. 은행권은 예금 기반 축소가 곧 지역 신용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본지는 앞서 미국 지역은행 단체가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금지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협회는 클래리티 법안의 금지 조항이 발행사뿐 아니라 거래소와 계열사, 중개업체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논리도 있다.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는 4월 분석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 금지를 통해 늘어나는 은행 대출이 기준 시나리오에서 21억 달러(약 2조8749억원), 전체 대출의 0.02%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제자문위원회는 수익 지급 금지의 은행 대출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은행권이 제시한 예금 유출 우려와 정책당국 분석 사이의 간극이 법안 문구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상원 절차도 이 쟁점에 묶여 있다. 더블록(The Block)은 존 튠(John Thune)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8월 8일 클래리티 법안 심의 개시를 위한 토론 종결 동의를 제출했고, 상원이 9월 15일 절차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토론 종결에는 60표가 필요하다. 이번 표결은 법안 통과 여부가 아니라 상원이 본회의 논의에 들어갈지를 가르는 절차다.
현재 논의안은 보유만으로 발생하는 스테이블코인 수익은 제한하되, 결제나 플랫폼 활동에 묶인 보상은 일부 허용하는 방향으로 알려졌다. 지역은행업계는 이 구분이 모호하면 우회 보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암호화폐 업계는 보상 금지가 경쟁과 결제 혁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를 정비하는 법안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이자 제한뿐 아니라 공직자 윤리 조항, 불법금융 대응 조항도 남아 있어 표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본지는 앞서 클래리티 법안이 9월 상원 절차 표결을 앞두고 속도 조절 논란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9월 15일 표결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묶을지, 예금 경쟁 상품으로 볼지를 둘러싼 미국 의회의 첫 절차적 판단이 될 수 있다. 법안 논의는 스테이블코인 보상 금지 조항의 범위를 어디까지 명확히 할지에 따라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