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의결권 자문사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ISS)를 상대로 행정 소환장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기관투자자의 주주총회 표결에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를 연방 당국이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흐름과 맞물린 절차다.
SEC는 4일 소송자료에서 펜실베이니아 동부연방지방법원에 ISS의 미이행 행정 소환장 준수를 명령해 달라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ISS는 SEC에 등록된 투자자문사다.
SEC는 ISS가 검사국의 통상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7월 21일 발부된 행정 소환장에도 일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한 연장과 협의가 있었지만 일부 기록 제출이 계속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SEC의 주장이다.
쟁점은 ISS의 의결권 권고와 표결 관련 자료다. SEC 검사국은 3월 ISS 검사를 시작했고, ISS의 권고와 실제 표결 입력 자료가 연방 증권법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데 필요하다고 봤다.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자에게 주주총회 안건 분석과 표결 권고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사 선임, 임원 보수, 주주제안, 인수합병 같은 안건에서 기관투자자의 판단 자료로 활용된다.
SEC는 이번 절차가 사실 확인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SEC는 소송자료에서 “현재까지 어떤 개인이나 기관이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송의 성격도 법 위반 확정이 아니라 소환장 이행 명령 신청에 가깝다. 법원이 SEC 신청을 받아들이면 ISS는 미제출 자료를 내야 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위법 판단을 뜻하지는 않는다.
ISS는 SEC와의 서신에서 소환장이 수정헌법 제1조상 우려를 낳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제시됐다. ISS와 고객이 표결 활동을 이유로 보복에 노출될 수 있다는 취지다.
SEC는 고객 정보가 투자자문사의 충실의무와 기록 보관 의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문사로 등록된 기관이 고객 이익을 위해 절차와 기록을 적정하게 관리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의 의결권 자문사 감독 강화 기조와 연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 의결권 자문사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해당 행정명령에서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의결권 자문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은 SEC에 의결권 자문사 관련 규정과 지침을 검토하고, 권고 과정의 허위·누락에 대해 증권법상 사기 방지 조항을 집행하는 방안을 살피도록 지시했다.
의결권 자문 시장은 소수 사업자의 영향력이 큰 구조다. 대형 연기금과 운용사는 수많은 상장사의 주총 안건을 짧은 기간 검토해야 하므로 외부 자문사의 분석과 권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의결권 자문사 규제는 찬반이 갈리는 영역이다. 기업 쪽에서는 자문사의 권고가 경영 판단과 주주총회 결과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기관투자자 쪽에서는 독립적 분석과 표결 정보가 수탁자 책임 이행에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사안은 기업지배구조와 기관투자자 표결 관행을 보는 기준과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처럼 대규모 주식을 보유한 기관은 주총 안건마다 의결권을 행사한다.
미국에서 의결권 자문사 규제가 강화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표결 정책과 공시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소송이 ISS의 권고 방식이나 고객 표결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법원의 소환장 이행 판단 이후 드러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