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은행 보너스 상한제가 변동 보수를 줄이는 대신 고정 보수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연구에서는 보너스 상한 이후 위험 지표가 상승했지만, 제도가 은행 시스템 위험을 높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제한적이다.
EU는 자본요건지침(CRD IV)에 따라 위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원의 변동 보수를 고정 보수의 100% 이하로 제한한다. 주주 승인을 받으면 고정 보수의 200%까지 허용하며, 이 규정은 2014년부터 적용됐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상한제 도입 뒤 은행들이 보수 일부를 변동급에서 고정급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식별된 직원의 변동급·고정급 비율은 2013년 104.27%에서 2014년 65.48%로 낮아졌다.
고액 연봉자의 같은 비율도 317%에서 127%로 떨어졌다. 변동 보수 비중이 줄었지만 전체 보수 수준이 같은 폭으로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에 실린 연구는 EU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보너스 상한의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은행들이 변동 보수 감소분을 고정 보수 인상으로 보전해 총보수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고정 보수는 실적이나 위험 수준에 따라 줄이기 어렵다. 반면 변동 보수는 성과와 손실, 장기 위험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어 보수 구조가 은행의 비용 대응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쟁이 이어졌다.
위험 지표에서는 결과가 엇갈렸다. 연구진은 보너스 상한 이후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CDS 스프레드, 시장위험을 나타내는 베타, 시스템 위험 지표인 SRISK 비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른 시스템 위험 지표인 델타 코베어(ΔCoVaR)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은행 차원의 위험 감소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상한제가 위험을 직접 높였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관련 공식 자료는 2026년 연구가 아니다. BIS가 공개한 ‘How post-crisis regulation has affected bank CEO compensation’은 2017년 보고서로, 금융위기 이후 보수 규제가 단기 이익과 보수의 연계를 낮추고 위험과의 연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를 EU 보너스 상한이 2026년에 시스템 위험을 키웠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는 없다. 보너스 상한 자체를 다룬 학술 연구와 금융위기 이후 보수 규제를 폭넓게 분석한 BIS 자료는 분석 대상과 시점이 다르다.
영국은 2023년 다른 선택을 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PRA)과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은행 보너스 상한을 폐지하면서 상한제가 총보수를 제한하지 못하고 고정급과 수당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규제당국은 상한 폐지 뒤에도 변동 보수의 장기 이연, 주식 등 비현금 지급, 말루스와 클로백 같은 위험 통제 장치를 유지했다. 보너스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에서 지급 시점과 손실 조정 장치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초점이 옮겨간 셈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 2월 은행 경쟁력 관련 공개 협의를 시작했고, 7월에는 은행 규제 체계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다. 보너스 상한과 보수 구조가 검토 대상에 포함됐지만, 상한 폐지나 구체적인 완화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논쟁은 EU 은행시장을 더 통합하고 규제를 정비하려는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은행권은 보수 규정이 국제 경쟁력과 인재 확보에 미치는 영향을 제기하는 반면, 감독당국은 이연 지급과 환수 장치를 포함한 위험 통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의 재검토가 보너스 상한을 그대로 유지할지, 고정급 전환 문제를 반영해 보수 규정을 조정할지는 추가 협의와 입법 절차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