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석탄·천연가스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부분을 폐지하고 관련 기준 전체를 없애는 보충 제안을 공개했다. EPA는 규제 폐지로 미국 가정과 기업의 비용이 3000억달러(약 404조1000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EPA는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도입한 ‘Carbon Pollution Standards’의 핵심 조항을 최종 폐지했다. 기존 석탄·석유·가스 증기발전소의 배출지침과 석탄발전소·신규 천연가스 발전소에 적용된 탄소 포집·저장 기술 기준이 대상이다. 관련 내용은 EPA 문서에 담겼다.
EPA는 해당 기술이 필요한 규모와 속도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2030년 준수 시한을 맞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최종 조치는 본지가 앞서 보도한 발전소 탄소오염 기준 폐지에 이은 후속 절차다.
EPA는 청정대기법 111조에 근거한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기준 전체를 폐지하는 보충 제안도 함께 공개했다. 이 조치는 2024년 규정의 일부를 없앤 최종 조치와 달리 아직 제안 단계다.
EPA의 보충 제안서는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가 지구 평균기온과 공중보건에 ‘물질적 영향이 없다’고 제안했다. EPA는 미국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모두 없애는 가상 시나리오에서도 2100년 지구 평균기온 변화가 0.035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해당 문서는 14일 EPA 행정관 리 젤딘(Lee Zeldin)이 서명한 사전 공개본이다. EPA 보충 제안서에는 공식본이 아니라는 단서가 붙었다.
EPA가 제시한 3000억달러 이상의 절감액은 규제 준수 비용을 줄인 추정치다. EPA는 이 계산에 규제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건강·기후 피해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적 쟁점은 2007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과 연결된다. 연방대법원은 Massachusetts v. EPA 판결 자료에서 온실가스가 청정대기법상 대기오염물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제안은 EPA가 청정대기법 111조를 근거로 발전소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과 의무를 어떻게 해석할지 다시 제시하는 절차다. 최종안이 확정되면 해당 해석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외부 연구기관은 EPA와 다른 계산을 내놨다. Resources for the Future는 2025~2050년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규제 폐지에 따른 대기오염 건강 피해가 시나리오별 1571억달러(약 211조6000억원)에서 4763억달러(약 641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같은 보고서는 중앙 시나리오에서 건강 피해와 전력 부문 비용을 합친 순비용을 1289억달러(약 173조6000억원)로 계산했다. 이 수치는 EPA의 공식 추정치가 아니라 연구기관의 모형 분석 결과다.
Resources for the Future는 규제 폐지로 2050년까지 발전 부문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억~58억t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오염 피해와 탄소 배출량 증가는 규제 준수 비용만 계산한 EPA 추정과 다른 범위의 비용을 보여준다.
석탄 업계는 규제 폐지를 환영했다. 미셸 블러드워스(Michelle Bloodworth) 아메리카스 파워(America’s Power) CEO는 전력망 신뢰성을 지키고 데이터센터·인공지능·첨단 제조업의 전력 수요 증가기에 전기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선 키오한(Nat Keohane) C2ES 회장은 발전소 배출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EPA에 규제 권한과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C2ES는 성명에서 규제 폐지에 반대했다.
최종 폐지 조치는 연방관보 게재와 법적 절차를 거친다. 발전소 온실가스 기준 전체 폐지는 의견수렴과 후속 절차를 거쳐 확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