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발전소 탄소오염 기준 대부분을 폐지하면서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의 규제 부담이 낮아졌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가 미국 전체 석탄발전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은 EIA 전망과 맞지 않는다.
EPA는 14일 기존 석탄·석유·가스 증기발전소와 신규 기저부하 가스발전소에 적용하던 2024년 발전소 탄소오염 기준 대부분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기관은 탄소배출량의 90%를 포집·저장하는 CCS 기준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비용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2024년 기준은 장기간 가동할 기존 석탄발전소와 신규 기저부하 가스발전소에 탄소배출량의 90%를 포집하거나 이에 준하는 감축을 요구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조치로 해당 발전소에 적용되던 감축 기준은 사라지게 됐다.
CCS는 발전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저부하 발전소는 전력망의 기본 수요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설비를 뜻한다.
EPA는 남은 화석연료 발전소의 온실가스 기준까지 폐지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청정대기법상 발전소 온실가스를 지구 기후변화 대응 목적으로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다.
다만 이 부분은 최종 결정이 아니다. EPA는 연방관보 게재 15일 뒤 공청회를 열고 이후 45일간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규제 완화 논의의 배경에는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확장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가 있다. EIA는 2026년 미국 전력판매량을 4135TWh로 예상하며 데이터센터 개발과 제조업 확대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약 4.4%에서 2028년 6.7~12%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를 석탄발전 부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EIA는 3월 분석에서 고수요 시나리오의 2025~2027년 천연가스 발전량 증가폭을 7.3%로 제시했다.
같은 기간 석탄발전량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9.3%, 고수요 시나리오에서도 5.0% 감소할 것으로 EIA는 전망했다.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에도 미국 전체 발전량의 변화는 석탄보다 천연가스에서 크게 나타난다는 의미다.
다만 대서양 연안·중서부·남동부 일부 권역에서는 고수요 시나리오의 추가 발전량 가운데 석탄 비중이 절반 이상일 수 있다고 EIA는 분석했다. 기존 석탄발전소의 유휴 설비용량을 활용한다는 가정에 따른 결과다.
댄 로미토(Dan Romito) 오포튠(Opportune) 지속가능성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포춘 인터뷰에서 “석탄발전이 지열·원자력 발전이 확대되기 전 3~5년간 과도기 전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발전소별 연장운영 계획이 아니라 전력수요와 설비 여건을 전제로 한 분석이다.
EPA는 이번 조치가 전력사업자가 비용과 요금을 기준으로 발전소 운영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전력 공급 안정성과 선택권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 부담을 낮춰 발전소 폐쇄와 신규 설비 투자 사이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홀리 벤더(Holly Bender) 시에라클럽 최고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번 조치가 “화석연료 업계에 오염을 계속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메러디스 행킨스(Meredith Hankins)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연방 기후법률 디렉터도 규제 폐지가 석탄·화석연료 발전소의 탄소배출을 사실상 방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는 이번 조치가 연방관보 게재 뒤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