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도입한 ‘글로벌 10% 관세’까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우회 전략에 다시 한 번 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7일(현지시간) 3인 재판부 판단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일괄 적용한 10% 관세는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2대 1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소송을 낸 수입업체들에 대해 이 관세를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도록 영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미 납부한 관세는 이자와 함께 돌려주라고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 즉 아이이이피이에이(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뒤 나온 후속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판단 이후 기존 국가별 상호관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무역법 122조를 새 법적 근거로 꺼내 들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최대 150일 동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하지만 법원 다수 의견은 행정부가 국제수지 적자와 무역적자를 사실상 같은 개념처럼 다뤘다고 지적했다. 국제수지는 상품 수출입뿐 아니라 서비스 거래, 투자소득, 이전거래, 금융거래까지 포함하는 넓은 경제지표이고, 무역적자는 통상 상품 거래 중심의 적자를 뜻한다. 재판부는 이 둘이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행정부가 이를 혼동해 법이 정한 발동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향신료 수입업체 버랩 앤드 배럴과 장난감 수입업체 베이직 펀 등 미국 중소기업들이 지난 3월 제기했다. 이들 업체는 일괄적인 10% 추가 관세가 수입 원가를 밀어 올려 사업 운영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고 주장해왔다. 오리건주 등 20여 개 주도 비슷한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워싱턴주를 제외한 대부분 주에 대해서는 원고 자격이 충분하지 않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또 법원은 원고들이 요구한 ‘보편적 금지 명령’, 즉 전국의 모든 수입업자에게 동일하게 판결 효과를 미치게 해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결정의 직접 효력은 우선 소송 당사자들에 한정된다.
시장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설계가 법률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이번 10% 관세가 오히려 아이이이피이에이보다 더 취약한 법적 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평가해왔다. 행정부가 일단 150일의 시간을 확보한 뒤 무역법 301조나 무역확장법 232조 같은 다른 통상 수단으로 관세 체계를 갈아타려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판결의 즉각적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는 원래 7월 만료 예정이었고, 행정부도 그 시점에 다른 관세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특정 관세 하나의 효력만 다툰 사건을 넘어, 미국 행정부가 통상 압박 수단을 얼마나 폭넓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사법부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항소심 판단과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는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춘 다른 조항들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자체가 곧바로 후퇴하기보다는, 법원 판단을 피해 갈 수 있는 방식으로 재조정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