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위약금 면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정부가 아예 올해 연말까지 모든 해지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재정적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의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8월 21일, 올해 말까지 SK텔레콤 이용자가 모바일 서비스를 해지하면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야 한다는 직권 조정 결정을 내렸다. 기존에 SK텔레콤이 일정 기간 내 해지한 가입자에게 한해 한시적으로 위약금을 면제하겠다던 방침보다 강도 높은 조치다. 위원회는 유선인터넷 및 IPTV 등 결합상품 해지로 인해 가입자가 부담한 위약금의 절반도 회사가 돌려주도록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7월 초 SK텔레콤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고에 따른 후폭풍이다. 당시 수백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이에 따른 고객 불신으로 약 60만 명이 해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은 해지 고객 중 일부에게 위약금을 자발적으로 면제하는 조처를 했지만, 정부는 피해 복구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조정 결정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회사 측은 "조정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혀 수용 여부에 여지를 남겼다. 조정안을 거부하거나 14일 이내에 답변하지 않으면 절차는 종료되고, 피해 소비자가 민사소송 등 별도의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법원이 1심부터 판단하게 된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오는 8월 2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번 사고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상 과징금은 관련 사업 매출의 최대 3% 이내에서 부과되며, 지난해 무선통신 매출만 약 12조7천억원인 SK텔레콤은 최악의 경우 3천억원대 중반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위약금 면제 등 고객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은 과징금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조정 결정이 최종 수용될 경우 SK텔레콤은 몇 달간 예상치 못한 위약금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가입자들의 약정 기간과 위약금 규모가 제각각인 만큼 총 손실 규모는 아직 가늠조차 어렵다. 실제로 회사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 이상 급감해 이미 재무 상황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고객 보상에 따른 비용까지더해질 경우 전체 수익성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통신사 전반에 정보보안 수준 강화와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통신 시장 내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