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병원이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음성 캡처 기술을 도입한 이후 의료 현장의 피로도가 크게 줄고, 환자 만족도도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중 수집된 대화를 기반으로 실시간 임상 노트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이 기술은 의료진의 행정 업무를 줄이고 보다 환자 중심의 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 동료’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 병원은 지난해 의료진의 소진을 해결하고 진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DAX 코파일럿을 도입했다. 적용 첫 해부터 큰 성과가 나타났다. 초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진료당 평균 7분을 절약하는 동시에, 의료진이 보고한 피로감은 70% 감소했고 환자의 93%는 예전만큼 또는 더 나은 진료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DAX 코파일럿은 병원에서 널리 사용되는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 에픽(Epic)과 연동된다. 이 시스템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자동으로 녹음하고, 이를 기반으로 증상, 진단, 치료 계획 등 정보를 즉시 구조화하여 기록 초안을 생성한다. 의료진은 이를 검토하고 최종 수정을 하면 되기 때문에, 사무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수많은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형 언어모델(LLM)을 꾸준히 튜닝하고 있으며, 전문 분야별로 모델 성능을 계속 보완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오타와 병원의 최고정보책임자(CIO) 글렌 컨스는 “진료 종료 뒤 수 시간에 걸쳐 차트 정리를 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진료 중 환자와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병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BI 대시보드를 활용해 임상 의사와 환자의 피드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의 효과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환자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진료 전 녹음 동의를 반드시 받고, 생성된 기록은 환자가 마이차트(MyChart) 포털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환자들은 시간 제약 속에서도 의료진과의 대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며, 97%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편 오타와 병원은 ‘디지털 동료’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딜로이트와 공동으로 다국어 인공지능 아바타 ‘소피’를 개발했으며, 이 아바타는 환자의 표정과 행동을 분석해 감정 반응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능도 수행한다. 예컨대 환자가 통증을 과소 보고하는 경우, 얼굴 표정을 분석한 소피가 추가 설명을 요구하거나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질문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
올해 봄에는 두 번째 아바타 출시도 예정돼 있다. 주된 목적은 병원 시스템 접근과 사전 진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글렌 컨스는 “글로벌 보건 인력 위기를 극복하려면 환자를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필수”라며, 단순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고 의료진은 핵심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리소스를 재배치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이뤄지는 수술 후 추적 전화도 아바타를 통해 자동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의약품 수령 여부, 퇴원 후 주의사항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고 필요 시 간호사나 의료진에게 즉시 연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컨스는 “건강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디지털 기술은 이 인간적인 접점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도구이며, 이를 통해 모든 환자가 풍부하게 지원받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반응 중심 시스템에서 예측 중심 의료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