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개발도구 시장에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AI 플랫폼 스타트업 젠코더(Zencoder)가 발표한 신규 제품 '젠 에이전트(Zen Agents)'는 인간 개발자 개개인의 생산성 향상에 그쳤던 기존 도구들과 달리, 팀 단위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염두에 둔 협업 중심 구조를 내세운다. 젠 에이전트는 프로젝트 전체 과정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개발자 간 피드백의 병목 현상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젠코더의 창립자이자 CEO인 앤드류 파일러브(Andrew Filev)는 개발팀이 겪는 핵심 문제로 "코딩과 코드 리뷰 사이의 비효율적인 이행 구간"을 지목했다. 그는 "현존하는 많은 AI 코딩 도구들이 IDE 기반의 단편적 생산성 향상에 머무르고 있다"며,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은 팀워크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자동화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젠 에이전트는 앤스로픽(Anthropic)이 개발한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을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오픈AI(OpenAI) 등 주요 AI 기업들의 표준도 함께 따르고 있다. 젠코더는 현재 100개 이상의 MCP 서버를 자체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표준 레지스트리가 마련되면 이에 연동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플랫폼의 또 하나의 강점은 개방형 마켓플레이스다. 개발자 커뮤니티 누구나 커스텀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공유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은 이를 다운로드해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npm 생태계와 유사한 구조로, 단일 기업이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성과 확장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파일러브는 "집단 지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솔루션이 커뮤니티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이미 여러 기업들이 이 에이전트를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피그마 디자인을 불러와 자동으로 UI 코드를 생성하고 PR까지 제출하는 풀파이프라인 자동화나, 웹 접근성 기준을 코드에 자동 적용하는 에이전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이먼 데이터(Simon Data)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인 맷 워커는 "젠 에이전트 도입 후 개발팀 내 문맥 전환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가격 모델은 간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설계됐다. 무료 플랜부터 월 20달러(약 2만 8,800원), 40달러(약 5만 7,600원) 수준까지 3가지 티어가 제공되며, 향후 사용량 증가에 따라 확장형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젠코더는 ISO 27001, SOC 2 Type II, ISO 42001 등 보안 및 책임 있는 AI 운영 기준까지 갖춰, 보안을 중시하는 대기업 환경에서도 도입 장벽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파일러브는 젠 에이전트의 궁극적 목표를 단순 자동화가 아닌 '개발자 몰입도 극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젠이란 이름은 흐름(flow)을 유지하는 데서 유래됐다"면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다 타 작업으로 전환되고 다시 돌아오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젠 에이전트는 몰입 상태를 유지시켜 개발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젠코더는 현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 비서, 마케팅 자동화 등 비개발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미 일부 기술 종사자는 비개발 업무에 젠 에이전트를 적용 중이다. AI가 코드를 대신 쓰는 시대를 넘어, 협업 전반을 자동화하고 조직 전체의 개발 리듬을 조율하는 새로운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