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 스타트업 클리어벡터(ClearVector)가 정체성 기반 위협 탐지 기술 확대를 목표로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1,300만 달러(약 187억 2,000만 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스케일 벤처 파트너스가 주도하고, 오크타 벤처스와 인너 루프 캐피털, 그리고 기존 투자사인 멘로 벤처스가 참여해 플랫폼 성장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클리어벡터는 지난 2020년 맨디언트·파이어아이 출신의 존 랄리버트(John Laliberte) CEO가 설립했다. 이 회사는 기존 보안 접근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접근 권한을 획득한 행위자들의 정체성과 활동을 실시간으로 추적·분석하는 ‘아이덴티티 중심 보안’이라는 새로운 사이버 방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사이버보안 솔루션들은 매년 수조 원대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경고 알림과 단절된 인프라, 낮은 맥락 인식 능력 등으로 인해 여전히 해킹에 노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클리어벡터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위협을 찾는 것이 아닌 정체성 기반 활동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클리어벡터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은 10억 개 이상의 노드와 40억 개의 경로를 포함하는 ‘아이덴티티 그래프’ 기술을 활용한다. 이 기술은 직원, 머신, 외부 협력사, 인공지능 등 다양한 정체성을 한 눈에 파악하고 해당 행위자들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랄리버트 CEO는 “클리어벡터의 사명은 해커들이 활동을 숨기기 어려운 보안 환경을 조성해 사이버 공격 비용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플랫폼은 실시간 위협 탐지 기능 외에도 '빅 레드 버튼' 기능을 통해 단 한 번의 클릭만으로 공격을 차단할 수 있어 보안 담당자의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방대한 로그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보안팀이 정체성 기반 조사만으로도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크타 벤처스의 수석 이사 오스틴 아렌스버그는 “오크타가 인증 관문을 책임진다면, 클리어벡터는 인증 이후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면밀히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며 두 기업 간 보안 생태계 상호보완성을 높이 평가했다.
정체성 기반 보안이 사이버보안의 새로운 관문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클리어벡터의 행보가 전통적인 규칙 기반 보안 접근법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