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AI 기업과 손잡고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320조 원) 클럽에 재진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약 6% 급등해 130달러에 바짝 다가섰고, 시가총액은 약 3조 2천억 달러(약 4,608조 원)로 치솟았다. 이제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애플(AAPL)과 함께 미국 내 시총 3강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상승세의 핵심은 사우디 국부펀드 산하 AI 기업 휴메인(Humain)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발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향후 5년간 수십만 개의 고성능 GPU를 휴메인에 공급할 예정이며, 초기 단계로 1만 8,000개의 GB300 칩을 탑재한 AI 슈퍼컴퓨터 구축이 포함된다. 이 계약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첫날과 맞물리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중동 방문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중 첫 해외일정으로도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미국의 세 번째 기업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몇 년에 걸쳐 달성한 이정표를 엔비디아는 단 1년 반 만에 이뤄냈다. 이 배경에는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본격화된 생성형 AI 붐이 자리했다. 다만 지난 1월 고점 이후 주가는 조정을 받은 바 있다. AI 경제성에 대한 회의론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정책은 주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4월 초까지 약 1조 3천억 달러(약 1,872조 원)의 시총이 증발했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강력한 실적 발표와 미중 간 관세 완화 분위기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AI 관련주의 반등을 이끌었다. 특히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도 주가 개선에 일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달 28일 1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수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우디는 자국을 AI 강국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전 세계적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로 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기술력과 정치적 기회를 모두 활용하며 반도체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