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감시자일까?… 웨이모 로보택시, 美 반이민 시위에 방화·파손 피해

자율주행차 업체 웨이모(Waymo)가 최근 벌어진 시위로 자사 차량이 방화 및 파손되자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서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내 여러 도시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피해는 LA 도심에서 먼저 발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최소 5대의 웨이모 차량이 불에 타거나 유리창이 깨지고 도어에 반(反)이민 구호가 페인팅되는 등 심각한 훼손을 입었다. 당시 시위대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충돌을 벌이던 중이었다. LA 경찰은 리튬이온 배터리 연소 시 유독 가스가 분출될 수 있어 시민들에게 접근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번 소요는 트럼프 대통령이 LA 지역에서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를 위해 주방위군 2,000명과 해병대 병력 700명을 해당 지역에 배치했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군의 파견은 *불법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웨이모 차량이 시위대의 직접적 표적이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웨이모의 차량이 고가의 전기 SUV인 재규어 I-페이스로, 수백만 원 상당의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했기에 경찰 당국의 감시 수단처럼 여겨졌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량이 테크 기업과 정부 사이의 유착관계를 상징하는 *감시 기술의 상징물*로 해석되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는 시위 현장에 있던 한 활동가의 말을 인용해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는 사람의 감성을 제거한 기술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위협이 된다”며 “기술 산업이 이민자들을 탄압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 벽면에 쓰인 “사람이 이윤보다 중요하다”는 구호 역시 AI 기술의 확산과 고용 불안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웨이모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리 차량이 의도적으로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아니며, 단순히 시위 현장 근처에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AI 기술의 확산과 사회적 파장이 충돌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