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ADBE)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연간 실적 전망까지 상향 조정했지만, 주가는 되레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12일(현지시간) 어도비는 2분기(2025년 3~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8억 7,000만 달러(약 8조 4,5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조정 주당순이익은 5.06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매출 58억 달러와 주당순이익 4.97달러를 나란히 웃돈 수치다. 순이익도 16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5억 7,000만 달러에 비해 개선됐다.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서 연간 반복 매출이 1,809억 달러로 12% 늘었고, 디지털 경험 분야의 구독 매출은 11% 상승한 13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 CEO는 "AI 혁신이 창의적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며 자사의 AI 전략이 기업 고객과 개인 모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어도비는 이에 따라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기존보다 상향 조정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기존 20.20~20.50달러에서 20.50~20.70달러로, 매출은 233억~236억 달러에서 235억~236억 달러로 상향했다. 이는 월가 평균 예상치인 EPS 20.39달러, 매출 234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실적과 가이던스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어도비 주가는 1% 이상 하락했으며, 연초 이후 누적 주가 역시 7%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은 2.8%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흐름이다. 현재 어도비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9.1배로, 최근 5년 평균치인 31.3배 대비 크게 낮아졌다.
어도비는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아크로뱃 등 대표적인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로 테크 업계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 여파로 기업 고객들이 IT 지출을 줄이면서 매출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및 영상 편집 도구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비롯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으나, 아직 수익화 측면에서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AI 도구 채택이 오히려 어도비의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존재감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경쟁사 대비 차별성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경쟁이 치열한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오픈AI의 비디오 생성 모델 소라(Sora), 구글(GOOGL)의 비오(Veo), 캔바(Canva)의 이미지 생성 툴 등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어도비는 3개월 전에도 AI 수익화에 대한 실망스러운 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으며, 이후 주가는 약세 흐름을 지속해왔다. 어도비가 향후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주가 하단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