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가 마무리되며 미국 기술업계의 감원 행렬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크런치베이스가 집계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4년에만 9만 5,000명 이상, 그리고 2025년 들어서도 현재까지 991명이 해고 대상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굵직한 빅테크부터 초기 스타트업은 물론 반도체, 헬스테크, SaaS 분야까지 산업 전반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2025년 6월 셋째 주에만 해도 여러 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고통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는 전자책 사업부 일부와 리노 지역 물류센터를 정리하며 총 325명가량이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본사 소재지인 워싱턴 주 레드먼드에서 305명을 추가로 감원하며 불확실성을 더했다. 이는 5월에 발표한 전 세계 6,000명 규모 인력 감축에서 이어지는 추가 조치다.
더불어 인력시장 플랫폼인 커리어빌더와 몬스터는 합병 약 1년 만에 시카고 본사를 오는 8월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인텔은 오리건주 ‘실리콘 포레스트’ 캠퍼스의 반도체 제조 시설에서 인력을 줄인다. 또한 분석 플랫폼 줌인포는 전사적으로 약 150명을 정리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는 챕터11 파산 보호 신청을 준비하며 73명의 인력을 감축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큰 규모의 감원을 단행한 기업은 인텔로, 총 15,062개의 직무가 사라졌다. 이어 테슬라가 1만 4,500명, 시스코가 1만 150명을 감축했다. 이는 모두 팬데믹 이후 급속히 늘어난 인력 유지가 어려워진 결과로 평가된다. 실제로 많은 테크 기업이 팬데믹 시기 수요 증가에 맞춰 인력을 확충했으나, 이후 수익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됐다.
한편 벤처 투자 감소도 스타트업 감원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1년 고점 이후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유입이 급감하며, 다수 기업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감축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아직 상장하지 못한 유니콘 기업과 블록체인, 헬스테크 분야에서 현금 소진율을 줄이기 위한 ‘자구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감원 추세가 2025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과대평가됐던 스타트업일수록 현실 수익과의 괴리가 커지며 생존 압박에 처해 있다. 노동시장 재편 속에서 일부 기업은 오히려 구조조정 이후 핵심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재택근무를 대면 근무로 전환하며 우회적으로 감원을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 업계의 감원 트렌드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제품 또는 시장 전략으로 전환하거나, 비핵심 부서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고용시장 위축을 넘어, 글로벌 기술산업의 전환기라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앞으로 벤처 자금의 회복 여부와 인공지능 등 신기술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감원 스케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