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중국 BOE의 OLED 패널에 대해 수입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조치는 국내 기업에 기술 우위 및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3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자사 OLED 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식으로 취득해 활용했다며 ITC에 제소했고, ITC는 이에 대해 지난 7월 11일 예비판결에서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여 BOE의 패널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잠정 조치를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BOE 관련 OLED 제품을 수입하거나 판매, 홍보 등을 금지하는 명령이 포함됐다. 이 명령은 향후 최종 결정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 같은 ITC 판결이 디스플레이 업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민구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이르면 올 11월 중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으며, 대통령이 이를 뒤집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관련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반영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제한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완제품에 들어간 OLED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직접적인 시장 변동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적용되는 기술이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기반의 OLED에 집중되면서, 해당 기술의 생산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에 유리한 판세가 조성되고 있다. LTPO 기술은 고속 주사율과 낮은 소비전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어, 고급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OLED 재료 공급사인 덕산네오룩스가 이 기술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들은 LTPO OLED 출하 비중이 높은 업체들로,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고객사 확대와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역 현안이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국 기업 보호와 기술 탈취 차단을 명분으로 적극 개입한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단기 수혜를 넘어서 장기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ITC의 최종 결정과 각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