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애플(AAPL)에 요구했던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백도어 제공 명령이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툴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9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국민의 사생활 보호와 헌법상 자유를 지키기 위한 영국 당국과의 협력 끝에 해당 명령이 철회됐다”고 밝혔다.
영국 내무부는 이와 관련해 “운영상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장기간 유지해 온 미·영 간의 정보 공유 및 안보 협약은 테러리즘과 아동 성범죄 같은 중대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 발전이 이러한 위협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은 올해 초 영국 정부가 자사의 아이클라우드 고급 데이터 보호 기능(Advanced Data Protection, ADP)에 대한 암호 해제를 요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ADP는 사용자가 활성화할 경우 애플조차도 데이터를 복호화할 수 없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애플은 “당사의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마스터키나 백도어를 만든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애플은 ADP 기능을 영국 시장에서 철수시키고, 이에 대한 법적 대응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2026년 초 예정된 청문회를 앞두고, 애플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정보조사권 재판소(Investigatory Powers Tribunal)에 항소했으며, 결과적으로 비공개 재판 요청은 기각됐다.
이번 명령은 사생활 보호 운동가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민간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은 해당 명령이 무모하고 위법하다며 별도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을 두고 영국을 중국에 비유하기도 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이런 백도어는 적국에게 악용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미국 시민이 자국 기술에 의해 감시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겉으로는 애플과 프라이버시 진영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새로운 데이터 협약이 체결됐는지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미국과 영국은 여전히 '데이터 접근 협정(Data Access Agreement)'을 통해 각종 법집행 목적의 정보 공유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민감한 사용자 정보의 국제적 이전과 감시는 계속해서 논의의 중심에 놓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