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초기 주가 반등을 이끌었지만, 신중한 전망 탓에 결국 시간 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은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신규 PC 제품군의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PC와 프린터 분야를 아우르는 지속적인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HP는 2025 회계연도 3분기 동안 주당조정이익 75센트를 기록해 월가 예상과 일치했고, 매출은 139억 달러(약 20조 원)로 전년보다 3%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순이익 또한 6억 4,000만 달러(약 9,200억 원)에서 7억 6,300만 달러(약 1조 900억 원)로 뛰었다. 엔리케 로레스(Enrique Lores) HP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성장 분야의 모멘텀이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며 "미래 근무환경을 선도하려는 전략의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HP가 계속되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에 쏠렸다. 로레스 CEO는 일부 제품이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관세 강화에서 면제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무역정책 변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특히 프린터 부문은 관세의 직격탄을 맞았고, 이에 대해 HP는 제조 지역을 재배치하고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로레스는 PC 부문의 반등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AI PC에 대한 수요가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라며, 기존의 비AI PC 제품의 교체 수요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PC는 장치 자체에서 인공지능 처리를 가능케 하는 고성능 칩셋을 탑재한 신세대 제품으로, 이번 분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윈도우10 지원 종료가 임박하면서, 이를 계기로 PC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는 사용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현재까지 윈도우 사용자 중 절반이라도 윈도우11로 전환을 완료했으며, 나머지도 향후 몇 달간 빠르게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HP는 4분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주당조정이익을 87~97센트 수준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시장 기대치인 92센트와 거의 일치하지만 예상보다 큰 상승 여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은 AI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 확대라는 분명한 기회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적 가이던스가 그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드러낸 셈이다.
결과적으로 HP는 다섯 분기 연속 매출 성장이라는 실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비우호적인 글로벌 무역 환경과 미래에 대한 신중한 관점이 새로운 주가 상승의 동력을 제한하고 있다. AI PC의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보다 뚜렷한 성장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