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CL)이 오픈AI와 체결한 3000억 달러(약 432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으로 클라우드 업계 최상위권에 급부상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초대형 계약이 발표된 후, 오라클 주가는 단 하루 만에 36% 급등했고,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은 마침내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클라우드 백로그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광은 오라클이 야심 차게 구축해온 AI 인프라 전략이 시장에서 정점을 찍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계약의 중심에는 ‘프로젝트 스타게이트(Project Stargate)’가 있다. 오픈AI는 향후 5년간 AI 모델 학습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며,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이에 대한 핵심 공급원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토니 베어(Tony Baer) 애널리스트는 "2009년 오라클이 추진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는 당시엔 의문이 많았지만, 지금의 클라우드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 비로소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수요의 폭증은 실리콘밸리 전반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신 AI 반도체, 고속 네트워크 기술, 최신 메모리 및 스토리지 인프라가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에 필수가 됐으며, 이에 따라 전력 소비도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최근 열린 ‘AI 인프라 서밋’에서는 여러 테크 기업 CEO와 투자자들이 "NVIDIA의 독점적 수혜 지위를 일부 빼앗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급증하는 AI 연산 수요에 발맞춘 인프라 재편에 집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편, 오픈AI는 영리와 비영리 간 지배구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영리 재단이 영리 법인의 지분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이상을 확보하는 구조로 개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도 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자본 조달 여력이 오라클과의 계약 이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오픈AI가 계획한 자금 유치를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오라클 주가의 급등은 일시적인 과열로 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 역시 여전히 뜨겁다. 데이터브릭스, 미스트랄, 코그니션, 리플릿, 퍼플렉시티 등 고성장 AI 기업들은 잇따른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장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퀀텀컴퓨팅 스타트업인 사이퀀텀(PsiQuantum)도 최근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의 자금을 추가 확보하며, 100만 큐비트 단위의 양자 머신 구축을 목표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이와 함께 최근 IPO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피겨(Figure)는 7억 8,700만 달러(약 1조 1,300억 원) 규모의 상장으로 주가가 21% 상승했고, 클라르나와 제미니 역시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넷스코프, 스텁허브, 인플렉션, 코인셰어스 등도 상장 서류를 제출하며 IPO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결국 AI와 클라우드, 양자컴퓨팅에 대한 투자 증가와 IPO 시장의 반등은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초대형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는 시점임을 보여준다. 업계의 기대가 지나친 낙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자본력, 에너지 효율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대약진’이 미래에도 성공적인 전략으로 남을지가 이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