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축구 중계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프라임 비전(Prime Vision)’ 서비스를 영국에서 처음 선보이면서, 스포츠 중계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실시간 데이터와 시각적 효과로 기존의 관전 경험을 한층 더 몰입도 있게 바꿔주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존은 9월 16일(현지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라운드에서 토트넘 홋스퍼와 비야레알의 경기를 중계하며, 이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했다. 경기 화면에는 선수 이름이나 달리는 속도, 점프 높이 같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유효슈팅이 있을 경우에는 공의 속도와 득점 확률까지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공을 다루거나 패스 가능한 선수 밑에는 회전하는 동그라미가 뜨며, 팬들이 경기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외에도 ‘모멘텀 바’와 ‘전술 지도’와 같은 분석 그래픽도 추가됐다. 모멘텀 바는 어느 팀이 다음 득점을 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보여주는 막대 그래프 형태의 시각 자료이며, 전술 지도는 경기장 내 선수들의 실시간 위치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중계를 넘어, 경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스포츠 부문을 총괄하는 알렉스 그린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새로운 방송 방식을 실험하고, 실제 팬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임 비전은 이미 2022년 미국프로풋볼(NFL) 중계에서 처음 도입돼 기술력을 검증받은 바 있으며, 이번에는 유럽의 축구 시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셈이다.

이번 서비스 도입 배경에는 젊은 층의 스포츠 소비 방식 변화가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스포츠 팬 중 실시간 경기를 직접 시청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반면 55세 이상은 이 비율이 75%에 달했다. 젊은 시청자들은 경기보다는 하이라이트 영상, 선수의 소셜미디어(SNS), 스포츠 관련 게임 등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아마존뿐 아니라 NFL,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다른 주요 스포츠 단체들도 게임과 같은 시각효과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스포츠 중계 시장이 기술 기반의 몰입형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생중계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시각적 재미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콘텐츠가 점점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요구에 맞춘 콘텐츠 전략이 주요 방송사와 스트리밍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