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안전성 명분 삼아... NSA, 암호화폐에 백도어 삽입 의혹 재점화
비트코인(BTC) 핵심 개발자인 피터 토드(Peter Todd)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NSA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암호화 기술의 보안 수준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며, 이번에는 ‘양자내성 암호’라는 명분 아래 암호화폐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터 토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NSA가 전통적 암호 방식과 양자내성 알고리즘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아닌, 양자 알고리즘만으로 구성된 ‘순수 양자 암호체계’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방식이 “자동차 안전벨트를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어떤 백도어(backdoor, 몰래 접근할 수 있는 보안 허점)가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통상적으로 보안 업계는 기존 알고리즘과 미래형 알고리즘을 함께 적용해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NSA가 제안하는 방식은 양자 암호만을 유일한 표준으로 채택해, 특정 취약점이 발생할 경우 방어책이 없어지는 위험한 구조다. 피터 토드는 이러한 구조가 NSA가 암호표준을 은밀히 조작하거나 감청할 수 있는 통로를 열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문제 제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 표준화 기구인 인터넷엔지니어링태스크포스(IETF) 내부에서 NSA에 우호적인 규칙 변경이 논의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MODPOD’라는 새 제안은 IETF 내 이견 제기를 어렵게 만들고, ‘비문명적 언행’ 같은 모호한 기준을 들어 반대 의견을 삭제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결국 암호 표준을 공개적인 반대 없이 은밀히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지적한다.
NSA가 암호기술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클리퍼 칩(Clipper Chip)’ 논란이 대표 사례다. 정부는 당시 일반인의 통화를 감청 가능한 방식으로 암호화 장비를 설계했으나 시민과 전문가들의 반대로 폐지된 바 있다. 이번에도 NSA가 과거처럼 ‘외부 위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통제 권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중앙 통제 없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강력한 암호 기술이다. 피터 토드는 “NSA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업계와 커뮤니티가 이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암호 보안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IETF와 같은 국제 표준기구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고, 표준 채택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수렴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