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젊은 직장인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필리핀 기반 스타트업 'Zed'가 최근 시리즈 A 펀딩을 통해 1,650만 달러(약 238억 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실리콘밸리 소재의 벤처캐피탈 액셀(Accel)이 주도했으며, 이를 통해 Zed의 누적 투자금은 총 2,250만 달러(약 324억 원)에 달하게 됐다. 이번 자금 조달은 2025년 전 세계 핀테크 투자 열기가 다시 불붙은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올해 벤처자금이 투입된 글로벌 핀테크 투자금은 12월 8일 기준 487억 달러(약 70조 1,000억 원)를 넘어섰다.
Zed는 부부 창업자인 스티브 아브라함과 다니엘레 코후앙코 아브라함이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필리핀 여행 중 생겼다. 당시 다니엘레의 동생이 현금으로 술값을 계산하자 의아함을 느낀 두 사람은 "신용카드를 만들기 위해 세 개 은행을 돌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아시아 젊은 층의 신용 접근 격차가 매우 크다는 현실을 인식하게 됐다.
이후 Zed는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금융기관 인가를 얻기 위해 3년에 걸친 심사 과정을 거쳤고, 2024년 중반 첫 번째 상품인 신개념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여행, 온라인 쇼핑, 개인 간 송금 등 젊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활용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기존 은행들이 연령 경력 기반의 신용평가 모델에만 의존하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신용카드 발급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Zed는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적 리스크 분석 모델을 구축했다.
Zed가 주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은 30세 미만 젊은층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중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현재 신용카드 보급률이 15% 미만인 시장에 살고 있다. 이에 Zed는 고정 수입, 절제된 소비 성향, 저축 습관 등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위험도가 낮은 고객을 선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Zed의 신용카드는 외화 수수료와 환차익 마크업이 없고, 단기용 가상카드 발급이 가능하며, 동료 간 손쉽게 돈을 송금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돼 ‘아시아판 Venmo’로 불릴 정도로 높은 사용자 편의성을 갖췄다. 오픈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약 20만 명 이상이 입소문을 통해 대기 명단에 등록했으며, 올해 들어 고객 기반은 10배 증가했고 월간 카드 사용액도 5배 급증했다. 현재 Zed의 수익원은 카드 사용에 따른 결제 수수료 및 이자로 구성된다.
회사는 현재 마닐라와 샌프란시스코에 걸쳐 13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기술 개발과 사용자 경험 설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과 서비스는 마닐라에서 담당한다. 앞서 2021년 3월에는 발라 벤처스(Valar Ventures) 주도로 600만 달러(약 86억 원)의 시드 펀딩을 받은 바 있다.
Zed는 이 여세를 몰아 향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에서 북미까지 전 세계의 젊은 세대를 하나의 금융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액셀의 투자 파트너 나피스 자말은 "필리핀은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신용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Zed는 뛰어난 기술력과 현지 이해도, 그리고 설계력이 결합된 독보적인 팀"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