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서 ‘클라우드 현대화’가 중장기 과제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할 운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5G와 6G, 엣지 AI 확산에 대응하려면 수십 년간 누적된 ‘사일로형’ 인프라를 하나의 공통 플랫폼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햇은 2026년 레드햇 서밋 현장에서, 통신사들이 이제 개별 네트워크 영역별로 분절된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속도와 보안, 운영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프랜 히런 레드햇 글로벌 통신사업 총괄 부사장은 각기 다른 기술 스택이 시간이 갈수록 노후화되면서, 애플리케이션 수명주기 관리와 보안 패치의 일관성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단일 플랫폼’ 수요 확대… 운영 일관성과 배포 속도 개선
통신사들이 인프라 파트너에 요구하는 조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핵심 네트워크와 IT 환경, 나아가 무선망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가상머신(VM)과 컨테이너를 함께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레드햇은 오픈시프트 버추얼라이제이션(OpenShift Virtualization)을 이런 전환의 핵심 연결고리로 제시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 코어 네트워크와 기존 가상화 IT 환경을 단일 관리 체계로 묶어, 배포와 운영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례도 제시됐다. 뉴질랜드의 원 뉴질랜드 그룹은 코어망과 IT 전반에 걸친 공통 인프라 전략을 도입한 이후, 신규 워크로드 배포 속도가 기존 사일로 환경보다 거의 50% 빨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관리 체계와 일관된 버전 관리, 벤더별 공통 배포 기준이 이런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주권, 규제를 넘어 새로운 수익 기회로
통신사 클라우드 현대화 흐름에서 또 다른 변수는 ‘디지털 주권’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데이터가 특정 국가 안에 저장되는 수준을 넘어, 클라우드의 운영과 기술 지원까지 해당 국가 경계 안에서 이뤄지는 ‘운영 주권’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히런 부사장은 벨기에의 텔레넷 그룹, 노르웨이의 텔레노르 등이 국가별 주권형 클라우드 도입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통신사들이 자국 내 인프라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통신사들이 오랜 기간 국가 단위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온 만큼, 주권형 클라우드 제공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 준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이제는 새 수익원을 만들 수 있는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AI·규제·비용 압박이 통신 인프라 전략 재편
시장 전반에서는 AI 도입 비용과 규제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통신사들의 플랫폼 통합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엣지 AI가 본격 확산하면 네트워크 코어부터 IT, 무선 접속망까지 일관된 운영 체계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결국 통신사 클라우드 현대화의 핵심은 기술 교체 자체보다 ‘운영 표준화’에 있다. 인프라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면 배포 속도와 보안 대응력, 관리 효율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통신사들이 단순 네트워크 사업자를 넘어, 주권형 클라우드와 엣지 AI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넓혀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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