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주가가 3일(현지시간) 시간외 거래에서 13.78% 급락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전체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조금 못 미친 데다 회사가 연간 인공지능 칩 매출 목표를 더 높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꺼번에 꺾였기 때문이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회계연도 2분기(2∼4월) 매출은 221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외형만 보면 큰 폭의 성장이다. 다만 금융정보업체 엘에스이지(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22억7천만달러에는 소폭 미달했다. 반면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44달러로 전망치 2.40달러를 웃돌았다.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쁘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브로드컴 주가가 인공지능 수요 확대 기대를 선반영해 크게 오른 상태였던 만큼 시장은 숫자 자체보다 기대치 충족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특히 실망한 지점은 인공지능 사업의 성장 속도보다 회사가 제시한 전망의 강도였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회계연도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이 1천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기존 가이던스를 재확인했지만, 이를 상향 조정하지는 않았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인공지능 칩인 티피유(TPU·텐서처리장치) 생산 파트너로 알려진 핵심 업체다. 2분기 인공지능 칩과 관련 부품을 포함한 인공지능 매출은 108억달러로 1년 전의 두 배로 늘었고, 3분기 인공지능 매출도 1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 수준이 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구글, 메타, 오픈에이아이, 앤스로픽 등 6개 핵심 고객사가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미 더 높은 목표 제시를 기대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실적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부분은 소프트웨어 부문이었다. 브로드컴은 2023년 브이엠웨어(VM웨어)를 인수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업을 크게 키웠는데, 이 부문의 2분기 매출은 71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 73억2천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브로드컴은 이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끌고 가는 구조인 만큼, 한쪽의 성장 둔화는 전체 기업가치 평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에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일수록, 비주력 사업의 예상 밖 부진도 주가에는 더 크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브로드컴 주가는 올해 들어 3일 종가 기준으로 약 40% 올라 나스닥지수 상승률 16%를 크게 웃돌았다. 그만큼 시장의 기대가 높았고, 이번 발표는 그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대형 기술기업들의 맞춤형 칩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브로드컴의 핵심 성장 축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단기적으로는 높은 기대에 못 미치는지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속도와 소프트웨어 부문 회복 여부가 기업 평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