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신규 반도체 공장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Chey Tae-won) SK그룹 회장은 8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반도체 부족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관련 컴퓨터 시스템 공급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공장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생산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장을 건설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생산량을 단숨에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AI 수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 확대가 즉시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한국에서 많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국내 투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와 전력, 인력, 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은 검토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일본에서 합작 방식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부지와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일본 내 공장 후보지나 협력 방식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신규 공장 건설 여부는 향후 검토 결과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경쟁 관계에만 머물기보다 상호보완적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분야든 협력하지 않는 것보다 협력하는 편이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완제품 생산 규모에서 일본보다 크지만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일본의 비중이 더 크다고 최 회장은 말했다. 반도체 생산 거점은 제조시설뿐 아니라 장비와 소재 공급망, 전문 인력, 전력 등 관련 기반이 함께 필요하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의 50% 이상을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완제품 비중은 약 5%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양국 반도체 생태계와 경쟁력, 경제 안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국의 역할이 다른 만큼 협력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SK그룹 차원의 일본 협력 가능성도 언급됐다. 최 회장은 AI와 관련해 일본 파트너들과 투자와 협력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일본 통신기업 NTT와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을 거론했다.
최 회장은 과거에도 해외 생산거점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에도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밝힌 이전 발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용수와 전력, 토지, 산업 생태계가 입지 조건으로 제시됐다.
현재 확인된 내용은 SK그룹이 전 세계 후보지와 추진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순위와 구체적인 추진 방식은 최 회장이 밝힌 대로 조만간 결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