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준비 중인 생성형 AI 기반 웹 브라우저가 검색의 미래를 다시 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출시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 신기술은 단순한 검색을 넘어 사용자의 요구를 예측하고 과업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에이전트형 브라우저’ 시대를 예고한다.
브라운대와 MIT CISR의 연구원인 자나에 듀안은 “이건 단순히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과 웹 간의 상호작용 자체를 재정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기존 브라우저가 정보를 탐색하는 수단이라면, 생성형 AI 브라우저는 사용자 맞춤형 조력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진화는 검색 엔진의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SEO 전략의 무력화를 시사한다. 링크 나열이 아닌 요약 및 직접 응답이 중심이 되면서, 기업은 사이트 콘텐츠 구성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오픈AI는 이를 위해 대화형 브라우징 기능을 포함한 별도 브라우저 출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서비스인 '오퍼레이터'를 통합시켜 반복적인 웹 작업까지 자동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습관과 관심사를 학습하고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브라우저가 현실화된다면, ‘사용자가 검색하는 웹’에서 ‘브라우저가 대신 처리하는 웹’으로 지형도가 바뀌게 된다.
이미 페르플렉서티, 디아, 아크 등 다수의 신생 AI 브라우저가 시장에 진입해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다만 사용자층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높은 월정액 요금 또는 한정 초대 기반으로 운영돼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강자들도 대응에 나섰다. 구글 크롬은 AI 모드를 도입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빙은 코파일럿 검색 기능을 강화했으며, 파이어폭스와 덕덕고 역시 AI 챗봇과 요약 기능을 접목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선 전통적인 검색 인터페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픈AI가 경쟁에서 강력한 위치에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간 5억 명의 활성 사용자를 가진 챗GPT(ChatGPT), 수많은 엔터프라이즈 파트너십, 그리고 방대한 프롬프트 피드백 데이터가 이점을 뒷받침한다. 특히 구글(GOOGL)의 광고 기반 모델과 달리, 오픈AI는 사용자의 의도에 기반한 결과 제공에 중점을 둬 본질적으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을 단번에 뒤집는다는 전망은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마케팅 인텔리전스 기업 다토스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구글 크롬은 미국에서 90% 이상, 유럽에선 92%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챗GPT는 미국 데스크톱 웹 활동의 0.29%에 불과했다. 다토스 CEO 엘리 굿맨은 “크롬의 지배력을 위협하기엔 아직 멀었다”며, 오픈AI의 브라우저가 파편화된 사용자 경험을 일관되게 개선해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생성형 모델 자체의 한계도 존재한다. 맥팟(MacPaw)의 AI 제품 총괄 블라디슬라브 하몰리아는 “리얼타임 정보나 기술 문서 검색력은 기존 브라우저-검색 엔진 조합이 여전히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검색은 단순 답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며, 웹 구조에 대한 정교한 이해, 맞춤형 콘텐츠 추천 등에서 구글이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오픈AI나 다른 신생 브라우저는 어디서 승부를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에이전트형 브라우저의 자동화·기억 기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사용자의 검색 히스토리를 기억하고 반복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시스템은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노출이라는 신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기업의 비공개 데이터가 인공지능 모델에 흘러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이슈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런 전환점에서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전략도 명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인식이 쉬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조화하고, API 기반 쇼핑·결제 등 ‘대화형 상거래’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EO 중심에서 브랜드 권위 중심으로 전환하고, 검색 최적화가 아닌 AI 응답 최적화를 목표로 체계를 재구성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브라운대학교의 듀안은 “이제 사용자는 브라우징하지 않는다. 지시하고, 위임할 것”이라며, AI가 정보를 단순히 찾아주는 것을 넘어 직접 목표를 수행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강조했다. AI 검색의 미래는 곧 ‘발견의 종말’이자 ‘실행의 시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