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의 기대와 예측 끝에 오픈AI(OpenAI)가 마침내 차세대 대형 언어 모델인 GPT-5 시리즈를 공식 출시했다. GPT-4 이후 2년 반 만에 공개된 이번 GPT-5는 완전형 모델과 함께 성능·속도·비용에 따라 차별화된 세 가지 경량 버전, 즉 GPT-5 Pro, Mini, Nano로 구성됐다. 이 모델들은 곧바로 7억 명에 달하는 주간 사용자가 이용하는 챗GPT(ChatGPT)의 핵심 엔진으로 자리잡는다.
GPT-5 시리즈의 핵심은 맞춤형 소프트웨어 생성 능력이다. 오픈AI는 단일 프롬프트만으로 완성도 높은 웹 애플리케이션을 즉석에서 개발하는 데모를 시연했다. 프랑스어 학습 앱을 예로 들면, 사용자가 프롬프트 한 문장을 입력했을 뿐인데, 프랑스어 구문과 연동된 미니 게임, 이모지 캐릭터, 메뉴 구성까지 모두 구현된 완성도 높은 앱이 수 분 만에 생성됐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은 이를 두고 “GPT-3은 고등학생, GPT-4는 대학생, GPT-5는 드디어 박사급 전문가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GPT-5가 인공지능 일반화(AGI)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픈AI 측은 GPT-5가 추론·범용성 측면에서 AGI 기준에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지만, 지속적인 학습 능력, 자율성, 다중 작업에서의 적응력 등 핵심 요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도 이는 중요한 이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FT) 간 계약에는 만약 AGI가 성취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접근권한을 제한하거나 요금을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 성능 면에서도 GPT-5는 이전 버전 대비 대폭 향상됐다. 예컨대 진단 정확성을 시험하는 AIME 2025 수학 시험에서는 파이썬을 활용해 100% 정답률을 기록했고, 의료와 법률 등 복잡한 문맥 이해가 필요한 분야에서도 인상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챗GPT Pro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GPT-5 Pro 버전은 멀티스텝 추론과 모호한 질문 처리에 강점을 보이며, 안전한 응답 구조도 대폭 개선됐다.
오픈AI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구독하지 않은 사용자도 GPT-5와 GPT-5 Min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상위 요금제에는 Pro 기능까지 순차 제공할 예정이다. GPT-5는 단순히 전용 모델을 선택해 활용하는 구조를 넘어, 자동화된 라우팅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 요청의 난이도에 따라 가장 적절한 모델을 배정하는 방식도 함께 도입됐다.
개발자용 API도 크게 개선됐다. 새로운 프리폼 함수 호출, 응답 길이·추론 깊이 제어, 문법 제약 포함 출력 옵션 등이 추가되며, GPT-5는 단순한 응답 생성 엔진을 넘어 도구 중심 AI 개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델 요금은 입력·출력 100만 토큰에 대해 GPT-5가 최대 10달러(약 1만 4,400원), GPT-5 Mini는 5달러(약 7,200원), Nano는 1.5달러(약 2,100원)로 책정됐다.
이처럼 GPT-5는 단순한 모델 업그레이드를 넘어, AI의 실질적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오픈AI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단순 결과 생성이 아닌,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고 오류를 줄이며 효율성을 높이는 실전형 AI 인프라 구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