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AI를 주 테마로 한 신생 헤지펀드들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 금융권뿐 아니라 젊은 테크 인플루언서, 유명 창업자들도 AI 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10일, 엔비디아와 오픈AI 등 대표적인 AI 기업들의 주가 강세가 투자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AI 관련 신생 헤지펀드에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AI 기술이 반도체, 전력, 데이터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는 현상이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 것은 스티브 코언이 설립한 AI 특화 펀드 '튜리온'이다. 메이저리그 뉴욕메츠 구단주이기도 한 코언은 지난해 내부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에릭 샌체즈에게 AI 분야에 특화된 신규 펀드 설계를 맡기고, 사재 1억 5천만 달러를 직접 투입했다. 이 펀드는 현재까지 누적 20억 달러 이상을 모았으며, 올해 들어서만 약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AI 열풍은 꼭 전통 자산운용사에서만 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 출신 20대 AI 인플루언서 리오폴드 아셴브레너는 지난해 AI 기술의 위험성과 가능성에 대한 에세이로 주목받은 후, 샌프란시스코에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투자 경력이 전무했던 그는 유력 IT 창업자들의 지원과 주목도에 힘입어 15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유치했고, 상반기 수익률은 무려 4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 수익률이 6%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성적이다.
신생 AI 펀드들은 대부분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AI 스타트업 등 기술 중심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동시에 AI 발전에 소외될 산업에는 공매도 전략을 병행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의 창업자 형제와 전 메타 플랫폼 AI 개발 인사들도 이들 펀드의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테마로 한 투자 흐름이 클린에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펀드의 유행처럼 장기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어떤 테마가 각광받느냐와 이를 수익으로 연결짓는 전략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AI 챗봇 기업 딥시크가 저가 AI 기술을 공개한 직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사례처럼, 기술 혁신 속 투자 판단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 및 응용기술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 열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