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웹서비스(AWS)가 최근 수백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동화 기술이 실제로 노동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반복 업무를 넘어 전문 영역까지 대체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인력 감축은 AWS가 운영 중인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 내 물리적 인프라와 네트워크 설치를 담당하던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회사는 ‘운영 효율화’와 ‘전략적 재배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인력 구조조정의 핵심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예측 유지보수, 실시간 모니터링, 부하 분산 등 기존에는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 상당수를 AI 시스템이 대체하면서 인력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해석이다.
과거에는 자동화가 주로 제조업이나 단순 반복 업무에 한정됐지만, 최근에는 사무직은 물론 법무, 마케팅, 전략 및 데이터 분석 등 고숙련 직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IBM 등 세계 주요 IT 기업들 역시 비슷한 흐름 속에서 주요 부서 감원을 단행한 바 있다. 심지어 일부 AI 기반 스타트업은 ‘AI 팀원’을 도입해 일정 관리, 문서 작성, 재무 보고 등 업무 전반을 사람 대신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주체로 기능하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
다만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자율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가 기존 직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 전문가, 데이터 큐레이터 등 신종 직무 수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AWS 역시 일부 부문에서 감원을 실시하는 한편, AI 인프라 설계와 관리 부문에서는 꾸준히 인력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까지 AI 도입으로 8천500만 개의 일자리가 소멸하는 대신, 9천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장기적인 예고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개인이나 제도는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이 높다. 특히 한국처럼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경제 구조에서는 AI 전환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AI 기반의 업무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고용 안전망이나 직무 전환 프로그램 등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AI 자동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조직 구성, 직무 정의, 인재 수요가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정책 당국과 교육 기관은 전환기 노동시장에 대응할 새로운 접근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기술 발전의 수혜가 일부 기업에만 편중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