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 반도체 학술 행사 '핫칩스 2025'를 통해 차세대 AI 칩셋 '리벨쿼드'를 공개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리벨리온은 8월 2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핫칩스(Hot Chips)’에서 ‘리벨쿼드’라는 이름의 최신 AI 반도체를 처음 선보였다. 이 제품은 특히 칩렛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삼성전자의 4나노미터 공정 기술을 활용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 제품과 견줄 만한 성능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여기서 칩렛은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한 패키지로 집적하는 기술로, 개별 기능을 나눠 성능은 올리고 개발 속도는 높일 수 있어 차세대 AI 하드웨어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이번에 공개된 리벨쿼드는 특히 최신 메모리 기술인 HBM3E(고대역폭 메모리)를 채택했다. 144GB 용량과 초당 4.8TB에 달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를 통해, 기존보다 훨씬 복잡하고 방대한 AI 모델을 단일 칩 구동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최근 AI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초거대 언어모델(LLM)'의 학습 및 운영 환경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리벨리온은 특히 칩렛 간 데이터 전송을 위한 상호 연결 기술로, 세계 최초로 ‘UCIe-Advanced’라는 국제 통신 표준을 실제 제품에 구현한 점을 강조했다. 이는 칩 간 연결성 확보가 중요한 반도체 구조에서 속도와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앞으로 다수의 칩들이 결합하여 동작하는 AI 반도체 구조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회사는 향후 제품군을 '리벨-IO', '리벨-CPU' 등으로 확대해, 더욱 다양한 AI 인프라 수요를 겨냥할 계획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이번 제품을 두고 “B200급 GPU에 못지않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며,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초거대 AI 모델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은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선도 기업이 GPU 기반의 AI 연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리벨리온의 리벨쿼드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이를 정면으로 겨누는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AI 경쟁력 확대와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