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는 미국 기업 앤스로픽이 자사 챗봇 ‘클로드’의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작가 집단과의 소송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AI 기업과 콘텐츠 창작자 사이에서 진행 중인 저작권 분쟁 가운데 첫 번째 합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소송은 2024년 작가들이 제기한 것으로, 그들은 앤스로픽이 자사 책을 무단으로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시킴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창작자의 허락이나 보상 없이 보호받는 작품들을 대규모로 수집해 ‘클로드’라는 언어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했느냐는 여부였다. 앤스로픽 측은 이에 대해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에 근거한 정당한 행위라고 반박했지만, 작가들은 해당 이용이 상업적 목적의 무단 복제라고 맞섰다.
이 소송을 심리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 지방법원도 문제의 소지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월 법원은 앤스로픽의 일부 콘텐츠 이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할 수는 있다고 보면서도, 최대 700만 권에 달하는 책들이 해적 사이트를 통해 불법 내려받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정황은 회사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고, 만약 작가들이 승소했다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앤스로픽이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합의 문건에는 구체적인 금액이나 조건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집단소송을 이끈 작가 측 변호인은 “이번 합의는 모든 관련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며, 향후 몇 주 안에 더욱 자세한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오는 9월 5일까지 예비 승인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이번 합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저작권법과 충돌하면서 빚어진 현실을 상징한다. 동시에, 향후 유사한 소송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원만한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AI 알고리즘 학습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 특히 문자 기반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분야 전반에 걸쳐 지식재산권 관리 방식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향후 업계 표준을 형성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