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인공지능(AI) 기반 하드웨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관련 공급망 재편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의 주요 제조 파트너와 손잡고 AI 전용 기기 개발에 나선 데 이어,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에도 수백조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9월 19일(현지시간), 오픈AI가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럭스셰어와 계약을 맺고 AI 기기 제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럭스셰어는 애플의 아이폰과 에어팟 조립을 맡고 있는 핵심 협력사로, 정밀 부품과 소형 전자기기 조립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AI는 휴대성이 강조된 AI 기기를 개발 중이며, 해당 기기는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오픈AI의 소프트웨어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
하드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오픈AI는 럭스셰어 외에도 애플의 또 다른 부품 공급업체인 고어텍과 접촉해 스피커 모듈 등 핵심 부품의 공급을 타진 중이다. 음성 인식 기능이 전면에 도입되는 만큼, 소리 품질과 수음 기술이 중요한 부품 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관련 부품 조달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기술의 일상화, 즉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휴대용 AI 기기 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오픈AI의 하드웨어 투자는 올해 5월, 애플 디자인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조니 아이브가 창업한 AI 기기 스타트업 ‘io’를 65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디자인, 사용자 경험 등 제품 완성도를 전방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보여준다. 오픈AI는 그간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인식돼 왔지만, 하드웨어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도전하고 있다.
하드웨어 개발과 함께 오픈AI는 향후 AI 모델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도 준비 중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앞으로 5년 동안 백업 서버 임대에만 약 1천억 달러(약 140조 원)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비용은 오픈AI가 이미 설정한 2030년까지의 서버 임대비 3천500억 달러 외에 추가로 지출되는 액수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850억 달러가 서버 임대 비용으로 들어가며, 이는 전 세계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장기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의 상용화가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 수준을 넘어, 물리적 하드웨어, 인프라, 클라우드 자원 확보 전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AI의 투자 행보는 향후 관련 산업의 협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으며, AI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 업계의 판도 변화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