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3천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조9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시리즈B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국내 AI 반도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게 한다.
리벨리온은 지난 30일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누적 투자금이 총 6천400억 원에 달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의 암(Arm)이 합류했는데, 이는 암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스타트업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한 사례다. 양사는 향후 AI 칩의 핵심 기술인 고성능·저전력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에는 삼성벤처투자와 삼성증권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투자사들이 참여했고, 대만의 페가트론과 같은 글로벌 IT 제조업체 계열 투자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포스코기술투자, 주성엔지니어링, 인터베스트, 본엔젤스 등 다양한 산업 배경을 가진 투자자들이 가세함으로써 산업 전반과의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해외 자본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싱가포르 OCBC은행 계열사인 라이온엑스벤처스를 비롯해 프랑스와 한국의 주요 벤처캐피탈이 안정적으로 후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리벨리온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통해 주력 제품인 AI 칩 ‘리벨쿼드’의 본격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같은 계열의 후속 제품 ‘리벨아이오’ 개발도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력 확충과 해외 거점 확대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은 리벨리온이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리벨리온의 신성규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번 투자가 한국 자본시장의 잠재력과 안목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의 성장을 통해 한국이 세계 AI 반도체 산업의 주요 3대 강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투자 흐름은 향후 국내 AI 칩 산업의 세계 시장 진입에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설계 기술과 고성능 연산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이 독자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전망이다.